시를쓰다

사는 것이란

닭털주 2024. 1. 31. 08:32

건강검진 받으러 갔다가

 

주상태

 

 

건강검진 받으러 갔는데

한 달 정도는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삶과 죽음은 멀리 있지 않은데

삶을 챙기는 사람이 많음을 알았다

어떤 이는 돈으로 죽음을 멀리하려 애쓰고

어떤 이는 죽을 때가 되어

삶을 택하는지도 모른다

사는 것도 버거운데

살아있는 것도 서러운데

죽으러 가기 위하여 병원 갈 수 없어서

죽지 않으려고 병원 갈 수 없어서

한 모금 담배 연기로 삶을 버티다가

한 잔 술로 자신을 달래다가

이게 삶이다

이게 죽음이라 말하고는

이슬도 되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나기도 한다.

돈이 없기에 여유를 부리지 못하고

돈 때문에 죽음과 거리 두지도 못하며

거리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인간이기를 고집하는

내 이웃들은

오늘도 자신의 건강보다

한 끼 식사를 위하여

자존심을 위하여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사는 게 죽는 것이고

죽는 것이 사는 것인 줄 아는지 모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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