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술배를 타고

닭털주 2024. 2. 15. 09:28

술배를 타고

 

주상태

 

 

술배를 타고 친구 만나러 간다

일이 아니라 술이 고파서

알고 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즐거울 때

명동에서 등갈비도 먹고

흑석동에서 생삼겹살도 구워 먹고

홍대 골목길에서 막걸리도 넘기고

시청이 보이는 곳에서 맥주도 마신다

술배와 친구가 정비례하는 것이 두렵지 않을 때

삶은 가까이 있고

꿈은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꺾어지는 나이가 힘들었던 사람은 안다

고비고비

함께 탔던 배가 차고 넘칠지라도

세상은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술잔을 마주하는 날

잔에 술이 출렁대는 시간

말이 늘어나고

친구가 많아지고

살이 불어가지만

절대로 긴장하지는 말 것

어차피 술이 배로 가던 배가 술로 가던

노 저어 강을 건너야 하는 사람은 자신이기에

 

넓은 강은 넓은 대로

좁은 강은 좁은 대로

 

좋은 세상 보고 싶으면 그런대로

해지는 시간 바라보고 싶으면

그냥 마시면 된다

술배를 타면 구차한 삶도 그럴싸해 보이고

술도 삶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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