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반 후라이드반
주상태
일요일이 되면 우리 집에는 잔치가 벌어진다
주 5일제 이후
한자리에 모인 가들은
제각기 꿈꾸던 주말을 보내고
맥주, 와인 그리고 콜라
배부른 자만이 먹을 수 있는 치킨을 먹는다
여가수가 부르는 치킨도 좋고
우리 동네 치킨도 상관없다
그냥 양념반 후라이드반
이유가 많다는 것과 이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넘어선다
한 명의 가족이라도
단 한 명의 가족이라도 있다면
해질녘의 저녁 파티는 풍성해진다
양념을 먼저 먹고 후라이드를 나중에 먹는 것이 아니라
양념과 후라이드를 각각 먹고
각각 나누어주기도 한다
양념은 오랫동안 나누지 못한 대화를 대신하고
후라이드는 날 것으로 얼굴을 마주할 것을 주문하고
맥주는 이제는 잊어버릴 것을
와인은 축배로
콜라는 후일담으로 생성된다
삶은 맥주 한 잔으로 충분히 우리를 후려치고
이미 신선함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안주감을 뒤로 하고
시대는 우리 것으로
시대는 당신들 것으로
오직 맥주 안주감으로 삼는 것은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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