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양념반 후라이드반

닭털주 2024. 2. 17. 08:58

양념반 후라이드반

 

주상태

 

 

일요일이 되면 우리 집에는 잔치가 벌어진다

5일제 이후

한자리에 모인 가들은

제각기 꿈꾸던 주말을 보내고

맥주, 와인 그리고 콜라

배부른 자만이 먹을 수 있는 치킨을 먹는다

여가수가 부르는 치킨도 좋고

우리 동네 치킨도 상관없다

그냥 양념반 후라이드반

이유가 많다는 것과 이유가 필요하다는 것을 넘어선다

한 명의 가족이라도

단 한 명의 가족이라도 있다면

해질녘의 저녁 파티는 풍성해진다

양념을 먼저 먹고 후라이드를 나중에 먹는 것이 아니라

양념과 후라이드를 각각 먹고

각각 나누어주기도 한다

양념은 오랫동안 나누지 못한 대화를 대신하고

후라이드는 날 것으로 얼굴을 마주할 것을 주문하고

맥주는 이제는 잊어버릴 것을

와인은 축배로

콜라는 후일담으로 생성된다

삶은 맥주 한 잔으로 충분히 우리를 후려치고

이미 신선함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안주감을 뒤로 하고

시대는 우리 것으로

시대는 당신들 것으로

오직 맥주 안주감으로 삼는 것은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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