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찜닭과 칼국수 사이

닭털주 2024. 2. 24. 09:10

찜닭과 칼국수 사이

 

주상태

 

 

요즘 우리 딸은 참 말이 많다

전화하면 1분 안에 달려 나오라고

오늘은 찜닭이 당기니까 그것으로 하고

내일은 비싼 것 먹었으니까 칼국수로 하잔다

닭 반 마리가 2인분이니까

조금 허전하다고

길거리 맛탕 먹잖다

식으면 맛없다고 꼬챙이로 입안에 밀어 넣고

한 개 먹으면 정 안 든다고 한 개 더

생각 없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나를 무척 생각하는 듯

저녁 먹을 때마다 보는 탓인지

요즘 우리 딸은 말이 많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묻고 또 묻는다

빵점짜리 아빠 되지 않으려고

눈을 보고 이야기하다가

입만 보고 대답한다

세상이 두렵지는 않지만

가족이라는 생각에 가끔 목이 메인다

언젠가 나도 딸에게 말이 많을 것을 생각하면

갑자기 목젖이 젖어온다

 

딸이 말이 많은 것처럼

삶이 말이 많아질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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