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갇히다
주상태
목이 메이면 쉬어가면 되고
길이 막히면 돌아가면 되는데
책이 길을 막으면 온전히 삶이 막힌 것 같다
책을 성처럼 쌓아 가두고
한 권
한 권
책을 삼키고
책을 어르고
책으로 길을 만들며 나아간다
무너질 것 같은 벽은 다시 쌓으면 되는 것
어제 보고 싶었던 책은
오늘 만났던 책에 밀리고
내일은 다른 책 속에서 허덕인다
제목이 보이도록 할 것
친구끼리 짝을 지어둘 것
이름은 기억할 것
한 권이 아니라 두 권이라도
나에게는 모두 책인걸
책에 막히면
내 삶은 정체되고
잘못 찾은 커피 자국에도 가슴 아려하고
버려진 책갈피를 책 속에서 다시 펼치려 하면서
책은 영혼의 가장 낮은 곳에서 울림을 시작하고
나를 흔들고
나를 가두고
나를 버리기도 하고
나를 막지만
책을 버리지 못하는 삶
가끔 절망이 되는 시대에
책은 길을 막지만
길 위에서 책은 외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