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랑
주상태
아내처럼 사랑이 찾아 왔다
나를 관리하듯 관리하지 않는 듯
오래된 부부처럼
사랑은 팔짱부터 끼기 시작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언제나 해맑았고
주인이 부르는 명령처럼
항상 복종해야만 했다
여름이 지날 때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가을이 올 거라고
사랑이 올 거라고
재촉한 것도 아닌데 서둘러 오는 것처럼 찾아오고
삶은 길을 잃은 듯 휘청거렸다
바람이 불어도
찾아오지 않던 사랑인데
나의 심장은 삶을 거부하고 있었다
처녀처럼 사랑이 파고든다
주체하지 못할 사랑
가을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벅찬 사랑
나를 버리며 받아들인다
꿈속으로 숨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