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빵을 위하여
주상태
눈물젖은 빵을 먹기 위해 애썼던 시절
사랑했던 풀빵은
어느새 붕어빵 팥빵 크림빵 옥수수빵으로 진화하여
오늘 아침 밥상에 올랐다
족발을 사달라는 딸의 문자메시지를 보고도
답장 보내지 못했던
추운 날의 일용직 아버지는
다음 메시지가 올 때까지 꺼억꺼억 울음을 삼켰다
“아빠, 고기가 아니면 잉어빵이라도 사오세요.”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겨울날의 아버지는
서둘러 오던 길을 되돌아가
칼날 같은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아침은 풀빵 3개
팥빵 크림빵 크림빵
전자렌지 속에서
제각기 사연을 가지고 돌고 또 돈다.
“아빠, 옛날에는 풀빵이라고 했어요?”
방긋 웃으면서
푸짐한 밥상이라며
아빠를 위로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하는 시대
풀빵은 언제쯤
그림책 속 ‘구름빵’으로
동화책 속 ‘붕어빵’으로 태어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