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쏟아지면
주상태
비가 오는 날이면
빗소리를 음악삼아 막걸리를 마신다
호우특보 강풍경보도 안타깝지만
나를 울리는 것은
지붕을 때리는 따가움
가슴을 파고드는 외로움
공휴일이면 으레 보는 특선영화 같은 것
경기북부 파주에서 전해오는 침수피해는
기어이 뉴스거리로 다가오고 만다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뉴스거리로 남는 것
한동안 살았다가 사라지는 하루살이같은 것
의미있는 일이란
비가 내리고
거칠게 다가와 음악이 된다는 것
도시에서 마비되어버린 감성이
길 잘못 찾은 내비게이션처럼
가는 길은 그곳인 줄 알고
뇌비게이션보다 낫다고 여기는 슬픔
몸마저 술을 이기지 못하면
가지런히 놓인 진열장 상품처럼
팔리지 않는 몸을 누이고 기다릴 뿐
이미 팔린 줄도 모르고
아직 팔리지 않은 줄 알면서도
반복하고 반복하다 생을 마감하며
시골의 하루살이보다
도시의 더부살이를 원망한다
장대비가 쏟아지면 물에 잠긴 이웃소식이
장송곡으로 들리지 않는 것은
도시생활에 적응했다는 것
도시에서 죽으라는 것
질펀한 삶이 물 한길 빠질 여유도 없이
역류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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