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책 읽는 나라’ 위한 ‘진짜 공약’은 왜 없나 [.txt]

닭털주 2025. 6. 1. 11:49

책 읽는 나라위한 진짜 공약은 왜 없나 [.txt]

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수정 2025-05-30 09:40 등록 2025-05-30 05:00

 

 

여성가족부의 ‘2024년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하는 매체는 쇼트폼(짧은 영상)94.2%로 가장 높다.

참고서나 문제집을 제외한 종이책 이용률은 69.0%, 웹툰 59.3%, 인터넷 잡지와 전자책은 25.4%였다.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이미 책을 읽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 독서교육을 시키니 대부분 책을 읽을 것이라는 통념과 다르다.

통계청의 ‘2023년 사회조사 보고서에서도 13살 이상 국민의 연간 독서율은 201362.4%에서 202348.5%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전체 연령대에서 비독자층이 증가했는데,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도 지난 10년간 성인 독서 인구가 30%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국민 독서율이 추락한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어렵다.

 

책 읽지 않는 사회로의 진화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인류가 쌓아온 지적 정수인 책을 읽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 사회는 위험하다. 개인과 사회의 새롭고 창의적인 미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이를 방치하는 정부는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과 같다.

독서문화진흥법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는 많지도 않은 국민 독서 활동 지원 예산을 지난해부터 전액 없애버렸다. 여기에는 영유아기 어린이의 독서 및 도서관 이용 활동을 촉진하는 북스타트 지원 사업도 포함되어 있다.

 

국민에게 독서 자료를 공급하는 출판의 상황은 어떤가.

연간 신간 발행 종수는 10년 가까이 6만 부대로 정체된 가운데, 1종당 평균 발행 부수는 2015년의 1880부에서 20241122부로 무려 40%나 줄었다.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부실한 대학 교육과 불법 복제 문제로 학술출판은 빈사 상태에 빠졌고, 각급 도서관의 도서구입비 부족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불완전한 도서정가제는 온라인서점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착화시키며 전국 지역 서점의 시장 퇴출을 촉진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국가문화산업단지인 파주출판도시는 문화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다.

열거하기에도 숨이 찰 지경이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주요 정당과 후보자들을 향한 사회 각계의 정책 반영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책 생태계에서도 한국출판인회의와 한국도서관협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출판 및 독서 관련 예산의 증액과 각종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주요 정당 중에서는 유일하게 문화 정책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더불어민주당은 케이(K) 문화강국위원회를 만들고 문화강국 정책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작 문화의 바탕인 책 읽는 나라에 대한 공약이나 관련 언급은 찾기 어렵다.

후보자의 말도 문화가 경제다”, “문화수출 50조원 시대등 경제적 접근법이 강조된다. 국민의 삶과 문화 생태계를 지탱하는 근간인 책에 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겨레의 스승인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는 소원을 남겼다. 책이 아닌 그 무엇으로 문화의 힘, 나라의 힘을 키울 것인가. 광복 80주년에 출범하는 새 정부다. 국민 누구나 책을 가까이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독서 강국, 독서복지 국가의 비전 제시를 바란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