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고 보자 [말글살이] 수정 2025-09-04 18:39 등록 2025-09-04 16:56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나를 공격하는 사람에게 곧바로 맞서지 못하면서도 분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아 복수를 다짐하며 되뇌는 말. 두고 보자. 갚아 줄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보통 그런 날은 오지 않는다). 버릇처럼 ‘복수는 나의 것’이라 외쳐 보지만 상대에겐 빈틈이 보이지 않고 힘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새로 생기는 ‘두고 볼 일’ 때문에 복수의 다짐은 색이 바래고 기억은 흐릿해진다. 그러니 ‘두고 보자는 사람 하나도 안 무섭다’는 말이 있는 거겠지. 지금 당장 책임 있게 결정하는 것을 피하고 싶을 때 하는 말도 ‘일단 두고 봅시다’이다. 방치. 뒤로 넘김. 복수를 다짐하거나 책임을 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