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글살이] 부사, 문득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부사(副詞)는 이름부터 딸린 식구 같다. 뒷말을 꾸며주니 부차적이고 없어도 그만이다. 더부살이 신세. 같은 뜻인 ‘어찌씨’는 이 품사가 맡은 의미를 흐릿하게 담고 있다. 글을 쓸 때도 문제아 취급을 당한다. 모든(!) 글쓰기 책엔 부사를 쓰지 말라거나 남발하지 말라고 한다. 좋은 문장은 주어, 목적어, 서술어(동사)로만 되어 있다는 것. 부사는 글쓴이의 감정이 구질구질하게 묻어나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담지 못하면서도 마치 그럴듯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착각을 심어준단다. (그러고 보니 이 칼럼의 분량을 맞출 때 가장 먼저 제거하는 것도 부사군.) 그래도 나는 부사가 좋다. 개중에 ‘문득’을 좋아한다. 비슷한 말로 ‘퍼뜩’이 있지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