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고프다”…‘고프다’의 배신? ‘배’의 가출? [말글살이] 수정 2024-02-08 15:38 등록 2024-02-01 14:30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농담 투로 말하면, 나는 ‘과학자’다(말하고 나니 정말, 가소롭군). 과학자로서 품은 욕심 중 하나는 말뜻이 어디로 튕겨나갈지를 예측하는 것. ‘한치 앞’을 알고 싶어 한달까. 하지만 매번 실패다. 한치 앞의 사람 일도 알 수 없는데, 말의 한치 앞을 알 턱이 없지. 방금까지 좋아 죽던 사람이 세치 혀를 잘못 놀려 일순간 원수가 되듯이, 낱말은 자신이 밟을 경로를 알려주지 않는다. 어느 순간 변해 있는 걸 보고 나서야, 사후적으로 알아차릴 뿐이다. ‘고프다’가 대표적이다. ‘배 속이 비어 음식이 먹고 싶다’는 뜻의 이 낱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