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의 인류사 박한선 정신과 전문의·신경인류학자 20세기 중반, 수단 북부 제벨 사하바 유적에서 수십 구의 유골이 발견되었다. 약 1만1600년 전, 구석기 최말기 유적이다. 그런데 언뜻 보아도 천수를 누린 것 같지 않았다. 창과 화살에 찔린 상처가 무수했다. 이른바 ‘전쟁 본능’ 가설의 단골 증거다. 인류사는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런데 아주 오랜 옛날, 구석기 시대의 전쟁 증거는 드물다. 증거의 부재가 부재의 증거는 아니지만, 인류사 초기에는 집단 간 폭력이 빈번하지 않았던 것 같다. 후기 구석기 말부터는 사정이 좀 달라진다. 전쟁의 증거가 넘쳐흐른다. 인류는 원래 평화로웠는데, 농경과 문명이 시작되면서 폭력과 전쟁이 시작된 것일까? 에덴동산 주민이 점차 타락하며 ‘퇴보’했다는 주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