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쓰봉' 가격 천차만별... 왜 다른지 아세요?
의정부 840원, 과천은 440원... 지역마다 주민부담률에 따라 차이... 지자체들, 제고 관리·가격 산정 제대로 할까
24.10.08 12:06l최종 업데이트 24.10.08 12:06l 변영숙(marinbyon)
매일 사용하는 쓰레기봉투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며칠 전 싱크대 서랍을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수북하게 쌓여 있던 쓰레기봉투를 차곡차곡 정리하는데, 봉투 안에 영수증이 그대로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구매 내역을 보니 쓰레기 봉투 가격이 840원이 아닌가.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아무 생각 없이 물건을 담아 오던 쓰레기봉투 가격이 이렇게 비싼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게다가 최근에 안 사실, 쓰레기의 봉투 가격이 지역마다 다 다르다는 것.
우리나라는 1995년도부터 쓰레기종량제를 도입했다.
쓰레기를 버린 사람이 처리 비용도 부담한다는 원칙하에 쓰레기봉투 사용이 의무화됐다.
쓰레기봉투의 종류는 쓰레기 종류와 처리 방법, 배출처 및 용량별로 다양하다. 가격도 지자체마다 다 다르다.
쓰레기봉투 가격은 지자체가 쓰레기처리비용, 봉투 비용, 주민부담률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돼 있다.
가족·친척 단톡방에 '자기 지역 쓰레기봉투 가격'을 알려 달라고 문자를 남겼다.
서울 490원, 부천 600원,
용인 660 원, 고양 700원,
의정부 840원, 양주 600원,
파주 800원, 과천 440원. ( 20리터 기준)
이해 안 되는 쓰레기봉투 가격, 지역마다 천차만별
그런데 쓰레기봉투 가격이 지자체마다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었다.
모두들 한 마디씩 했다. '왜 우리 시가 더 비싸?', 왜 가격이 다 달라?' 등등.
지자체마다 적게는 몇십 원에서 많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내친김에 다른 지역의 가격도 살펴봤다.
친절하게도 행안부 홈페이지에 파일명 '전국종량제봉투가격' 액셀 파일이 올라와 있었다.
생활쓰레기용 20L짜리 쓰레기봉투 가격을 살펴보니
경기도에서는 과천시가 440원으로 가장 쌌고 군포시가 900원으로 가장 비쌌다.
경기 의정부시와 파주시가 840원, 800원으로 그다음으로 비쌌다.
전국에서는 경남 양산이 950원으로 가장 비쌌다.
지자체별로 쓰레기봉투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사는 지역, 경기 의정부의 쓰레기봉투 가격이 경기도 타 지자체보다 2배 가량 비싼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쓰레기봉투에 적힌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타 지역보다 비싼 이유를 물어보았다.
담당 직원의 대답은 이랬다.
"주민부담률이 높기 때문이다. 환경부 권고에 따르면
주민부담률을 80%까지 높여야 하지만 현재는 30%대 초중반에서 결정하고 있다."
다른 누리꾼은 이런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쓰레기양이 많아져 처리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
우리 시에는 소각장이 없어 타 지역으로의 운반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예산이 적어 보조를 할 수가 없다.'
의구심이 해소되기는커녕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유독 어느 지역만 쓰레기양이 많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자체들이 재고관리는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톤 당 처리 비용은 합당하게 계약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도 없다면서 지자체에서 벌이는 사업들은 정말 시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들인가. 그 돈으로 쓰레기봉투값을 지원해 주는 편이 시민들 입장에서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들이 스쳤다.
지난 8월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한 시민단체가 작년 7월부터 서울과 전국 56개 지자체의 종량제봉투 제작량과 판매량, 재고량 등을 정보공개 청구해 분석했단다. 그 결과 5개 지자체(서울 서초구·종로구, 경기 성남시·용인시·안양시 등)의 경우 제작량·판매량 차이보다 재고량이 총 1790여 만장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다.
성남시는 약 287만 장이, 용인시는 769만 장이 부족했다.
각각 14억 원, 50억 원의 세금이 날아간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단체는 적발된 기초단체 5곳을 허위 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지난 7월 1일 고발했다고 한다.
단순한 관리 부실인지, 업체와의 유착 탓인지는 차후 수사로 밝혀질 일이다.
문제는 관리 부실이 불법 유통과 세금 누수로 이어지며
결국은 시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쓰레기봉투도 '짝퉁'이 있다니
한편, 이번에 알게 된 건데 쓰레기봉투에도 '짝퉁'이 있다.
현재 위조 방지를 위해 QR코드제를 도입했지만 어지간한 장비와 기술이 있으면 얼마든지 위조가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쓰레기봉투의 QR코드를 직접 테스트해 봤다. 휴대폰으로 QR를 읽히니 지자체명과 '정품인증'이라는 문자가 떴다.
그런데 몇 장은 휴대폰을 몇 번이나 이리저리 갖다 대도 QR코드를 인식하지 못했다.
위조 여부는 섣불리 단정할 수 없었지만 QR코드가 위조 방지 대책으로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누가 쓰레기를 버리면서 일일이 QR코드를 대보면서 정품 인증을 하겠는가.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전국에서 48건의 종량제봉투 불법 제작·유통 사건이 적발됐다고 한다.
시중에 가짜 봉투가 유통된다면 지자체가 부담하는 쓰레기 처리 비용은 더 비싸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내가 그랬듯, 쓰레기봉투의 가격이 지자체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100원, 200원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기도 하거니와 비싸도 어차피 사야 하니까 이의 제기하는 사람도 많지 않아서일 것이다.
쓰레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쓰레기 처리 비용에 대한 부담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늘어나는 비용, 특히 타 지역보다 더 많은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지 않으려면 자기 지역의 쓰레기봉투 가격을 포함한 '쓰레기'문제에 대한 '관심'과 '시민감시'가 필요할 것 같다.
'쓰레기봉투 재고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봉투 제작비 단가나 톤당 처리 비용은 적당한 지,
우리 지역만 유독 쓰레기가 많이 배출된다면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은 없는지 등 말이다.
쓰레기는 우리 주변의 환경 문제와 직결되며, 이는 곧 지구와 인간의 생존 문제로 연결된다. 쓰레기봉투 가격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쓰레기'에 대한 관심을 이제는 더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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