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마다 서로 다른 미각
입력 : 2023.05.26 03:00 수정 : 2023.05.26. 03:03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신기하게도 고양이는 단맛을 느끼지 못한다고 합니다.
단맛을 내는 성분은 주로 탄수화물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데, 고양잇과 동물들은 주로 육식을 하기 때문입니다. 사용하지도 않는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에너지 측면에서 낭비이기에, 단맛을 느끼는 미각 세포가 발달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에 반해 잡식성인 개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단맛을 잘 느낍니다.
대식가인 고래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미각이 아주 단순합니다.
단지 짠맛을 느낄 뿐인데, 음식을 입에 넣고 씹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과 함께 통째로 삼키는 식습관 때문입니다.
다양한 맛을 느낄 필요가 없으니 짠맛 이외의 맛과 관련된 세포들이 퇴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맛에 있어 인간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감칠맛에 대한 선호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인간의 모유에 감칠맛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 설명하기도 합니다. 우유에 비해 10배나 많다고 하죠.
한편 인간의 뇌가 점차 커지면서 단백질에 대한 수요 또한 늘어 단백질을 더 잘 감지하게 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글루탐산, 구아닐산, 이노신산 등과 같은 감칠맛을 내는 성분들은 모두 단백질을 구성하는 일종의 아미노산입니다.
판다가 대나무만 먹게 된 것도 이 감칠맛과 관련이 있습니다.
2010년 미시간대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판다는 원래 육식을 즐겼으나 먹이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점차 대나무를 주식으로 삼게 되었다고 합니다. 단백질이 풍부하여 감칠맛을 내는 육류를 거의 먹지 않게 되자, 감칠맛을 구분하는 세포가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그래서 진화과정에서 서서히 그 기능을 잃게 됐는데, 이때가 대략 420만년 전쯤이었습니다.
하지만 판다의 소화기관은 채식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15시간 이상 대나무를 씹어야만 하죠.
우리가 또 민감하게 느끼는 맛에는 신맛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아스코르브산, 즉 비타민C를 스스로 합성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타민C가 풍부한 음식을 좋아하도록 진화한 것이죠.
또 다른 이유로는 발효된 음식에 대한 선호를 들 수 있습니다.
인류와 영장류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 발효된 것들을 즐겨 먹었다고 하는데, 발효 과정에서 신맛을 내는 유산균 등이 많아지면 유해균을 억제해 부패도 느리게 일어납니다.
따라서 발효와 부패를 구분하기 위해서 신맛에 민감해진 것입니다.
한편 모든 동물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맛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쓴맛입니다.
야생의 동식물 중에는 독을 가진 것들이 많은데, 쓴맛은 이 독성분을 가려내는 데 유용합니다. 그런데 인간은 진화과정에서 독성의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또 하나 찾았습니다.
바로 불을 이용한 요리인데요.
고온으로 가열하면 대부분 휘발성인 독성물질이 제거되기 때문입니다.
2015년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조지 페리 교수는 인류가 불을 사용한 대략 150만년 전쯤, 다른 유인원들과는 달리 쓴맛에 관한 유전자가 일부 사라지는 진화가 일어났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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