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나오는 풍경
주상태
나에게 시는
절망 속에 피어나거나
환희 속에 울러 퍼지거나
꼭꼭 눌러 담은 밥 위에 솟아 오른 활화산
참는다고 참아지지 않고
부르고 싶다고 불려지지 않는 노래
스치는 바람결에 쓰러지다가도
언뜻 웃으면서 다가오기도 하고
미워죽겠다고 소리치면서도
가슴 한켠에선 살겠다고 아우성이고
미안하다는 말 못하게 하면서도
가끔 눈물짓는 걸 보면
미안해서 잠을 설치게 만드는
미쳐도 죽지 못하는 사랑
미워도 살아 숨쉬는 사랑
나에게 시는
친구보다 더 각별하고
애인보다 더 진하게 다가오는
길이 막혀 돌아 나오는 길에 서 있고
돌다 돌다
지쳐서 돌아오는 고향길에서 만나
한 시름 놓고 수다 떠는
바람이 전해져오는 눈물
아쉬워도 잊어버려야 하는 아픔
더욱 보듬고 마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