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시가 나오는 풍경

닭털주 2024. 3. 8. 19:09

시가 나오는 풍경

 

주상태

 

 

나에게 시는

 

절망 속에 피어나거나

환희 속에 울러 퍼지거나

 

꼭꼭 눌러 담은 밥 위에 솟아 오른 활화산

 

참는다고 참아지지 않고

부르고 싶다고 불려지지 않는 노래

 

스치는 바람결에 쓰러지다가도

언뜻 웃으면서 다가오기도 하고

미워죽겠다고 소리치면서도

가슴 한켠에선 살겠다고 아우성이고

미안하다는 말 못하게 하면서도

가끔 눈물짓는 걸 보면

미안해서 잠을 설치게 만드는

 

미쳐도 죽지 못하는 사랑

미워도 살아 숨쉬는 사랑

 

나에게 시는

 

친구보다 더 각별하고

애인보다 더 진하게 다가오는

길이 막혀 돌아 나오는 길에 서 있고

돌다 돌다

지쳐서 돌아오는 고향길에서 만나

한 시름 놓고 수다 떠는

 

바람이 전해져오는 눈물

아쉬워도 잊어버려야 하는 아픔

더욱 보듬고 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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