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삼겹살을 먹으면서

닭털주 2024. 3. 6. 09:20

삼겹살을 먹으면서

 

주상태

 

 

밥만 먹으려다 삼겹살까지 먹게 되었다

너무 쉽게 내린 결정에

욕망 탓만 한다

오랜 배고픔 속에 너무 쉽게 뒤집고 또 뒤집고

익을 틈도 없이

게걸스럽게 넘기고 나면 모두 살이 되고

모두 쌀이 될 것 같다

꿈을 음미하기엔 경쟁이 치열하다

공복의 기쁨보다

공복의 간절함을 위하여

마늘도 상추도 고추마저도 춤을 춘다

영혼마저 팔아먹을 만큼 절실한 시대를 가정하고

나를 가장한다

삼겹살을 먹는다는 건

고픈 배가 아니라 슬픈 배를 위한 일이다

남은 의식은 고개 숙이며 잔을 올리는 일

두 배로 올리던

두 바퀴를 돌리다 말던

이미 삶은 쏟아진 물처럼 계속되고

느닷없이 비마저 내린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삶이 위태롭다

그래도 삼겹살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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