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을 먹으면서
주상태
밥만 먹으려다 삼겹살까지 먹게 되었다
너무 쉽게 내린 결정에
욕망 탓만 한다
오랜 배고픔 속에 너무 쉽게 뒤집고 또 뒤집고
익을 틈도 없이
게걸스럽게 넘기고 나면 모두 살이 되고
모두 쌀이 될 것 같다
꿈을 음미하기엔 경쟁이 치열하다
공복의 기쁨보다
공복의 간절함을 위하여
마늘도 상추도 고추마저도 춤을 춘다
영혼마저 팔아먹을 만큼 절실한 시대를 가정하고
나를 가장한다
삼겹살을 먹는다는 건
고픈 배가 아니라 슬픈 배를 위한 일이다
남은 의식은 고개 숙이며 잔을 올리는 일
두 배로 올리던
두 바퀴를 돌리다 말던
이미 삶은 쏟아진 물처럼 계속되고
느닷없이 비마저 내린다
목에 걸린 가시처럼 삶이 위태롭다
그래도 삼겹살은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