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북한산에 오르다

닭털주 2024. 3. 4. 09:45

북한산에 오르다

 

주상태

 

 

새 신을 신고 바위를 오른다

하늘을 향하는 발걸음은 씩씩하다

바람은

산허리를

머물다 흘러간다

오르지 않으면 내려다볼 수 없기에

걸음은 가볍다

족두리봉까지 오르는 일이 시작이라면

사모바위는 삶을 다시 챙기고

인수봉에 이르는 일은 감격이고

절벽을 넘어

가파른 길을 구름을 밟고 나아간다

발을 길게 뻗어 손까지 잡힐 것 같은 곳

눈으로 깨끗하게 씻어낸 풍경들

굽이굽이 솟은 꿈들

스쳐 가는 바람이 싱그럽다

성곽 위에 누워 나비를 상상한다

일찍이

불러보지 못한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미처 보지 못한 시간을

바람 속에 갇혀버린 이야기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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