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에 빠지다
주상태
이른 아침 고운 햇살 받으며
꿈을 꾼다
바람이 길을 잃고 머문 자리에
오랫동안 잊었던 소꿉장난 떠올리면서
작은 숲을 그릇에 담아본다
판을 밀어 접시를 말아 올리고
흙가래 메워 화병을 이루고
코일로 쌓다가
뭉개 뜨려 쌓아 올리다 펼치다 어느새
꿈은 큰 그릇으로
큰 그릇 위에
꽃, 새, 물고기, 집, 구름
그리고
새겨 넣는 작은 이름들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운 사람들
그릇 만드는 시간 욕심이 더해지고
흙을 만지는 시간 욕심이 사라지고
움직이는 손길 따라
마음도 흘러내린다
바람이 머무는 곳
땀들이 모여
정직한 시간 들이 숲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