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나는 에어컨 없이 여름을 보낸다

닭털주 2024. 8. 20. 11:43

나는 에어컨 없이 여름을 보낸다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모두들 에어컨, 에어컨 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거리를 두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 <에어컨으로 시험에 든 기분이라면>이라는 칼럼을 읽고 문득 생각났다.

에어컨과 나를 떠올려보았다.

 

사실 나는 에어컨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보냈다. 간절하게 에어컨을 원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그게 환경을 위해서건 건강을 위해서건 나는 조금 무관심했다.

직장 생활할 때는 에어컨이 있었기에 집보다 직장에서 주로 보냈다.

직업이 그래도 괜찮았다는 것.

 

서울에 처음 올라와서 월세방 살 때는 돈이 없어서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했다. 혼자는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가족이 살 때는 필수가 되어버렸다. 나 혼자 견딘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돈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여름 한 철 비용은 감당해야 했다.

 

뜨거운 여름날 2016년이었다. 알몸으로 여름을 견뎠다.

선인들의 말처럼 피서가 아닌 망서를 위해 장편소설을 읽으면서 여름을 보냈다.

땀이 비처럼 흘러내리면 샤워를 하고 다시 책을 읽고 또 샤워하고 읽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머리를 짜내 쓴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그 시절을 아름답게 기억한다. 아직 젊었을 때다. 지금은 50을 훌쩍 넘겼다.

작년 여름은 괜찮았다. 올해는 유난히 길다. 형편상 에어컨을 설치할 수가 없었다. 혼자서 버텨야 했다.

작년처럼 가능한 줄 알았다. 지금까지는 가능하다. 선풍기도 틀지 않는다.

더운 바람이면 안 트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망서를 믿고 따르려 했다.

혼자니까 견딜 수 없으면 찬물에 머리를 담갔다. 어떨 때는 3시간 간격일 때도 있었다.

 

너무 긴 게 문제다. 견딜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면 지치기 때문이다. 요즘은 조금씩 지쳐가고 있다.

공공도서관을 가려면 땀을 뻘뻘 흘리며 35분 이상 숲길을 지나 걸어가야 한다.

왕복 1시간 이상 걸어서 몇 시간 쉬어야 한다. 그래서 차라리 집에 있는다. 게으르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나에겐 책이 있다. 참 자만이 넘친다. 유튜브를 보면서 더위를 잊으려고도 한다.

가능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다시 묻는다. 힘들면 힘든 대로 보내야 하지 않는가?

누나는 항상 그렇게 말했다. 세상에 좋은 일만 있을 수 없지 않느냐고.

더울 때가 있고 추울 때가 있다는 말이다. 내가 견딜 수 있을 만큼 견뎌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그다음 순간이 아름답다고.

 

나는 오늘도 에어컨 없이 하루를 보낸다. 할 일을 하다보면 손등에 땀방울이 맺힌다.

온 몸에 땀이 흘러내린다. 그러면 찬물을 찾는다.

그리고 어슬렁거린다. 다음을 기다린다.

 

2024. 8. 20 그냥 막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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