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웃음꽃작은도서관 글쓰기 수업을 마무리하고
오랫동안 글쓰기 수업을 해왔다. 10년 아니 20년 넘었다. 청소년 대상으로는 시와 수필 상관없었다. 아무래도 내가 쓴 시 산문집 때문인지, 주로 시쓰기가 많았다. 성인 대상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힐링 글쓰기’다. 당진시 고대면에 있는 고대웃음꽃작은도서관에서다.
이번 수업은 조금 특별했다. 수업 전날 이야기다.
아침부터 소동이 있었다. 웃음꽃작은도서관에서 전화가 왔다. 한 명이 수강을 취소했단다.
그러면 3명. 자신은 출석부를 작성해야 하는데, 1명이 추가 안되면 출석부를 만들지 않겠다고.
난감했다. 1주일전 두 군데 모두 수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겨우 과반수를 넘겼다.
그런데. 그래서 전화를 드렸다. 원래 신청하기로 한 분이다. 아침을 방금 다 먹었다고 했다. 바로 신청하겠다고.
그런데 잘 안된다고 말했다.
그래도 도서관에 전화했다. 신청한다고 들었다고.
이어 그분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전화로 신청했다고.
그 말이 사실은 많은 것을 생략한 말이었다.
이어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해서, 나도 ’네 감사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전화로는 신청이 안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확인차 도서관에 전화하니 알아보고 신청확인해주겠다고 말했다.
기다렸다. 기다렸다. 20여분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러자 이제야 다시 확인하겠단다.
이게 무슨?
그래서 말했다. 전화로 신청한다고 했는데요.
그러자 내용을 말해주었다. 전화가 왔길래, 마감을 풀어주었다고. 그리고 신청한다고 했다고.
그러니까, 전화로 신청한 것이 아니라 전화로 문의를 했고, 본인이 신청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다시 문자가 왔다.
신청이 완료되었으니, 내일 10시에 뵙겠다고.
전화를 하니까, 문자 확인했냐고 해서, 바로 확인했다. 그리고 신청확인을 했다고.
첫 수업부터 이야기는 만들어졌다. 60이 넘은 남자분이 수업 듣는 사람이 모두 여성분인데, 괜찮냐고. 당연히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인원이 5명이 되었다. 아니다, 한 명이 더 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다. 어머니를 따라 추억을 만들려고 한다고. 성인 대상이지만 괜찮다고 했다. 이제 6명이다.
그걸로 끝난게 아니다. 2차시에는 1차시에 수업을 들었던 분이 아는 언니를 데리고 왔다. 수업이 재밌어서 소개했단다. 이제 7명.
그런데 이야기는 이어졌다. 8명이 된 건 3차시부터다.
120번 버스를 타고 내렸는데, 잘못 내린 것 같았다. 고대 보건소가 아니었다. 그래서 산책하시는 분에게 보건소를 물었다. 그러다 도서관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도서관으로 갔고, 그곳에서 책을 보다가 글쓰기 수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3차시부터는 8명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수업을 하게 되었다.
연령대가 다양했다. 1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모두들 정말 열심히 수업을 들으셨다. 들어가는 문장이야기를 하고, 읽고 싶은 책을 찾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가지 글쓰기를 하고, 어떤 마음으로 쓰셨는지 발표하고, 조언을 하고.
지루할 틈이 없었는지, 웃음과 수다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6차시 문집을 만들었다. 수업 들으시는 분들의 글을 모아 만든 문집이다. 내가 감격스러웠다.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이걸로 끝내는 것이 아쉬워서 식당을 예약하고 점심을 함께 먹고 고대로 커피숍에서 수다를 떨었다.
글쓰기 수업이 이럴 수 있었다. 글 쓰는 일이 쉽지 않으신 건 맞았다. 하지만 분위기가 되니 어떻게 글이 나왔다고 했다. 계속해서 이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들 하셨다. 고마웠다.
사실 이 수업을 위해서 참 많이 준비했다. 들어가는 문장을 고르고 정리하고 피피티로 만들고, 그분들이 쓴 글을 정리하고 조언을 준비하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함께 나눌 시, 그림책, 문장은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부담 스러워하시지 않으셔야 했다. 문장 고치는 활동도 쉽지 않고, 글쓰기 과제도 어려운데, 너무 많은 시와 그림책 등을 소개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다양한 연령대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준비하는 것도 쉽진 않았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배웠다. 내가 아는 시들을 그림책을 문장을 살피고 또 살폈다.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은 아름다웠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어떤 작가는 글쓰기 수업은 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질문의 과정이라고 했다.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가르치는 것도 그렇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그분들이 알았으면 좋은 내용은 조금 차이가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보다 그분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이 중요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 중에서는 나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최대한 접었다. 내가 아는 것이 그들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수업 흐름도 중시했다. 최대한 그분들이 질문하거나 이야기 나누는 걸 지켜보고 적절한 순간 몇 마디를 보탰다.
매주 수요일 글쓰기 수업 가는 일이 즐거웠다. 설레기까지 했다. 예전 학교에서 수업했던 일이 생각났다. 방학이 긴 게 싫은 적도 있었다. 빨리 아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런 감정이 되살아났다. 정말 좋은 분들과 함께해서 가능한 일이다.
2025.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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