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 ‘현대판 고려장’이 아니길 바란다
입력 : 2025.04.07 21:00 수정 : 2025.04.07. 21:03 최성용 서울여대 명예교수
한국은 마침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경제의 압축성장으로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이래 급격한 인구 감소는 장래를 암울케 하는 국가적·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한국은 이민자 유치에 의한 인구 유지 정책이 불가피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증가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장래 국가 소멸의 위기가 가시화할 우려에 봉착할 것이 틀림없다.
늘어난 평균 수명에 따라 의료 문제나 부모 돌봄 문제는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큰 사회 문제다. 핵가족 증가로 부모와의 동거가 감소하는 추세라 노인 부양 문제가 가정과 사회의 심각한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대처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노인들의 빈곤과 고독사 문제에도 적절한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과거에 비해 요양원 또는 요양병원, 실버타운 같은 시설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각기 나름대로 노인들의 여생을 맡아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시설 또는 기관으로 존립 목적을 다하고 있다. 요양의 사전적 의미는 ‘휴양하면서 조리해 병을 치료함’이고, 요양원은 ‘환자들을 수용해 요양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어 놓은 보건 기관’이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의 경우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관리가 잘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시설과 관리가 미흡해 제구실을 다 하지 못하며 오히려 입소 환자들에게 불편과 불안을 끼치는 곳도 상당수인 게 사실이다. 시설에 들어오는 환자들을 오로지 경제적 측면만으로 따지는 탓에 부당한 대우를 하는 사례가 허다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환자들을 심하게 다룰 뿐만 아니라 물리력 행사도 빈번하다.
비인격적인 행위 등으로 인해 노인들의 시설·기관 입소 후 관리가 본인과 가족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이런 행태 때문에 노인들이 요양기관에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지옥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세상을 하직하는 비극이 생겨나기도 한다.
“요양병원이 임종 전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가정 내 돌봄에서 떠나간 뒤 결국에는 요양기관에서 마지막 삶을 비참하게 보내다가 운명하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요양기관에 부모를 보내고 맡긴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식들이 부모를 포기하는 행위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는 그 옛날 고려시대의 ‘고려장’을 연상하게 한다. 시설과 관리가 부실하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서슴지 않는 일부 몰지각한 요양기관은 오늘날의 ‘신(新)고려장’이 행해지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의료기술 발달로 100세의 삶도 바라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핵가족 체제가 무너지고 부모 부양의 오랜 관습이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옛날 고려장과 같은 모습이 등장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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