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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문학은 없다

K문학은 없다 입력 : 2023.08.02. 20:23 고영직 문학평론가 2016년 소설가 한강이 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했다. 2022년 소설가 정보라의 가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2023년 소설가 천명관의 가 부커상 최종후보에 선정됐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문학장에서 일어난 의미 있는 ‘사건’들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외국에서 수여하는 상을 좋아한다. 해마다 노벨 문학상을 발표하는 10월이면 문학 담당 기자들은 분주하다. 한때는 유력한 수상 후보자로 지목된 어느 시인의 집 앞에는 문학 기자들이 이른바 ‘뻗치기’ 취재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노벨 문학상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지만 외국에서 수여하는 문학상은 일종의 공인(公認)처럼 인정받는다. 수상 여부를 떠나 한강·정보라·천..

책이야기 2023.08.02

‘변호’라는 이름의 가해

‘변호’라는 이름의 가해 김정희원 |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지기 전 그는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고 학교에 수차례 상담을 요청했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했다고 한다. 참았던 울분을 터뜨리며 거리로 나온 전국의 교사들은 이미 그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것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일주일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권 침해 소송” 지원을 위해 1억605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단체 단일 회의에서 결정된 최대 액수다.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 및 피소된 사례가 전체 87건 중 44건으로 절반이 넘은 것도 처음이다. 이 기금으로 교사가 경찰 조사를 받을 때 변호사 동행료..

칼럼읽다 2023.08.02

‘책의 죽음’을 재촉하는 나라

‘책의 죽음’을 재촉하는 나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날인 지난 6월18일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코로나 이후 처음 열린 도서전엔 지난해에 견줘 3배가 늘어난 연인원 13만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연합뉴스 김영희 | 편집인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한 출판사 대표의 글을 읽었다. 이름이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 “저의 직업은 출판제조업입니다. 고백하자면 실패한 제조업자입니다. 쌓여 있는 것은 파주 도서 물류회사에서 독자를 기다리는 책이 전부입니다. 출판사 이름을 논형이라 명명하고 300여종을 펴냈습니다. 이름값에도 미치지 못한 점이 많습니다만 일독으로 응원을 청합니다. 추신: 페친님의 너른 이해를 바랍니다.” 십수년차 실력 있는 편집자로 출판동네에 알려졌던 소재두씨는 2003..

책이야기 2023.08.02

개똥 뒤집어쓰기

개똥 뒤집어쓰기 입력 : 2023.08.01. 20:25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법가사상을 집대성해놓은 를 보면 개똥을 뒤집어쓴 남자 이야기가 나온다. 춘추전국시대 연나라에서 있었던 일로 저간의 사정은 이러했다. 그곳의 한 여인이 젊은 남자와 몰래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하루는 남편이 예정에 없이 일찍 귀가하다 마침 집을 나서는 젊은 남자와 마주쳤다. 남편은 아내에게 무슨 일로 온 손님인지를 물었다. 아내는 여기 손님이라고는 없는데 무슨 말을 하냐며 시치미를 뚝 뗐다. 황당해진 남편은 주변에 있던 이웃에게 손님이 안 보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도 한결같이 손님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아내는 아무래도 당신이 미친 것 같다며 개똥을 끼얹었다. 개똥을 끼얹은 까닭은 당시에는 귀신에 씌면 미치..

칼럼읽다 2023.08.02

인공지능시대, 문과가 필요할까

인공지능시대, 문과가 필요할까 입력 : 2023.08.01. 20:31 송경호 연세대 정치학과 BK21교육연구단 박사후연구원 초등학교 4학년 첫째의 꿈은 요리사다. 우주비행사, 조향사였다가 또 바뀌었다. 르 꼬르동 블루에 가겠다니 큰일이지만, 문과는 아니라 다행이다 싶었다. 1학년 둘째의 꿈은 백수다. 아빠가 인체를 개조해서 200년 동안 먹여 살리라는데, 잘 타일러서 100년 정도만 할 생각이다. 어차피 문과는 백수라고 하니, 그냥 처음부터 백수인 게 낫겠다 싶었다. 문과가 ‘문송’한 지 이미 오래다. 인문학은 ‘사회에 쓸모없는, 일종의 유희’로 여겨진다. 의대 못 가면 이과 가고, 이과 못 가면 문과 간단다. 문과 나와 취직하려면 코딩을 배워야 한단다. 문과대 앞에는 대학에서 급여 일부를 지원하는 정..

칼럼읽다 2023.08.02

다크 패턴

다크 패턴 입력 : 2023.08.01 20:25 수정 : 2023.08.01. 20:26 차준철 논설위원 가입은 쉬운데 해지는 어렵다. 온라인에서 무언가 살펴보려다 흔히 하는 경험이다. 해지 버튼은 꼭꼭 숨겨 놓거나 아예 없다. 전화 접수만 받는다는데 해지신청 전화는 날마다 불통이다. 여북하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내가 원치 않는 온라인 서비스 끊기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몇년 전에는 해지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어느 이동통신사의 신규 가입 창구로 전화해 해지를 청하면 된다는 ‘꿀팁’이 퍼지기도 했다. 한 번 낚인 손님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온라인 업체의 필수 전략이라 해도,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소비자의 착각, 실수나 비합리적인 지출 등을 유도할 의도로 온라인 ..

칼럼읽다 2023.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