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 53

평범한 삶이 가장 위대한 삶이다

평범한 삶이 가장 위대한 삶이다 존 윌리엄스의 를 읽고 23.09.25 09:01l최종 업데이트 23.09.25 10:14l 김은미(woori74) "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이다." 존 윌리엄스의 는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한 남자의 삶이 담긴 소설이다. 출간 후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파고들어 감동을 주고 있다. 스토너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농업을 제대로 배워보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다. 부모님의 제안이었다. 농업을 공부해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던 스토너는 아처 슬론 교수의 영문학개론 수업에서 우연히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접하고 인생의 항로를 재정비한 후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그 이후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그의 결혼생활은..

책이야기 2023.09.30

결핍을 모르는 이들의 결핍

결핍을 모르는 이들의 결핍 입력 : 2022.10.12 03:00 수정 : 2022.10.12. 03:01 박선화 한신대 교수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늘 에너지 넘치는 오랜 친구가 있다. 연고주의 팽배한 사회에서 별다른 학맥·인맥 없이 오로지 성실성으로 경제적 안정을 이룬 데다, 과도한 욕망이나 허영도 없고 부모님 봉양과 가족 돌봄도 남다르다. 한길로 달리기보다는 샛길과 골목길에 흥미가 많은 나와는 참 다르지만, 달라서 잘 맞고 배울 점도 많은 사람이다. 그런 친구가 얼마 전 평소와 다르게 누군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즐기는 사교모임에 자주 오는 여성이 있는데, 늘 남들 신세만 지며 먹고 놀다 간다는 것이다. 평소 인색하거나 없는 사람 무시하는 인격이 아니라 처음엔 함께 호응했지만, 듣다보니 ..

칼럼읽다 2023.09.30

의도는 없어도 의미는 생긴다

의도는 없어도 의미는 생긴다 입력 : 2022.10.27. 03:00 이은희 과학저술가 1859년 찰스 다윈의 (On the Origin of Species)이 처음 세상 빛을 보았을 때, 누군가는 그 주장에 열렬히 옹호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은 그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것을 넘어 무시하고 반박하고 때로는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흔히 다윈의 진화론을 둘러싼 대립은 과학계와 종교계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과학자들이라 해도 다윈이 찾아낸 방식에 모두 동조한 건 아니었다. 마이바트도 그중 하나였다. 한때 다윈의 지지자로 스스로를 칭했던 마이바트는 1871년에는 다윈의 책에서 단어 하나만 교묘하게 바꾼 책인 (On the Genesis of Species)를 통해 다윈의 진화론을 공격한다. 다윈..

칼럼읽다 2023.09.30

[김누리 칼럼] 문제는 킬러 교육이다

[김누리 칼럼] 문제는 킬러 교육이다 김누리 | 중앙대 교수·독문학 이른바 ‘킬러 문항’ 논란이 보여준 것은 대통령의 경솔한 언행과 정부 여당의 자가당착적 태도만이 아니다. 그것은 여권뿐만 아니라 야당과 시민사회를 포함하여 우리 사회 전체가 교육에 대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경박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 이 사회를 지배하는 기성세대 전체가 아이들의 고통과 불행에 얼마나 무감각하고 무책임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었다. 논란의 쟁점들을 돌아보자. 킬러 문항은 교육 당국과 사교육 시장의 ‘이권 카르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니, 사교육을 잡으려면 먼저 킬러 문항을 없애야 한다고 대통령이 지시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주로 대통령 지시의 즉흥성과 시점 등을 들어 예상되는 입시 혼란의 문제를 제기했고, 킬러 문항 삭..

칼럼읽다 2023.09.30

기억될 권리

기억될 권리 정영목 | 번역가·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브람스는 20세기 직전에 죽은, 가까운 과거의 인물이지만 전기를 쓰기가 힘든 작곡가다. 공식 발표하지 않은 악보를 비롯해 많은 자료를 죽기 전에 스스로 없애버렸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는 말년에 이르면 주고받은 편지를 서로 돌려주고 돌려받는 관행이 있었던 듯하니, 적어도 자기가 쓴 편지를 없애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전기작가에게는 약이 오르는 일일지 몰라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당사자가 어느 정도는 통제할 수 있었고 또 그럴 권리를 존중했던 셈이다. 지금 생각하면 좋았던 옛 시절이다. 지금 온라인은 어설픈 작은 신처럼 수많은 것을 알고 수많은 것을 잊지 않는다. 그 수많은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를 포함하여..

칼럼읽다 2023.09.30

은행나무 꽃

은행나무 꽃 입력 : 2023.05.18 03:00 수정 : 2023.05.18. 03:03 부희령 소설가·번역가 모든 나무는 이주자이다. 운명에 따라, 혹은 유전자에 따라 씨앗은 바람에 날리거나 강물과 빗물을 따라 흘러간다. 4단맛에 이끌린 짐승과 날짐승, 인간의 몸을 빌리기도 한다. 멀리 더 멀리 가려는 힘이 꺾이면, 뿌리를 내리고 몸을 펼쳐 잎을 틔운다. 나는 어미의 그늘에서 자라던 어린 은행나무였다. 네 할아버지가 나를 개울가로 옮겨 심었다. 그리고 30년 뒤에 네가 태어났다. 열 달 동안 너를 품은 태를 네 할머니가 개울물로 말갛게 씻었다. 볕이 잘 들고 사람 발길이 뜸한 곳에 묻었다. 한두 해 뒤에는 내 뿌리가 가닿을 만한 자리였다. 이제 막 꽃필 준비를 시작한 나는 그 모든 장면에 배경으로 ..

책이야기 2023.09.30

닦아서 말할 줄 아는 어른들

닦아서 말할 줄 아는 어른들 입력 : 2022.09.29 03:00 수정 : 2022.09.29. 03:04 이은희 과학저술가 흔히 쌍둥이들은 태중에서부터 이어진 영혼의 연결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쌍둥이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관찰한 결과, 과연 그런 영적 연결이 존재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둘 사이에만 통하는 말은 있었음을 본 바 있다. 쌍둥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마주보고 서로의 옹알이를 흉내냈고, 그 소리를 주고받으며 같이 놀 줄 알았다. 이 아이들의 소위 ‘쌍둥이 말’은 아이들이 좀 더 자라 세상의 언어를 분명하게 구사하게 되면서 점차 사라졌지만, 여전히 몇몇 단어는 저들만이 아는 서로 간의 비밀로 남아 있다. 인간은 음성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존재이지만,..

칼럼읽다 2023.09.30

'한반도기' 배지 선물했을 뿐인데... '간첩' 언급한 학부모 단톡방

'한반도기' 배지 선물했을 뿐인데... '간첩' 언급한 학부모 단톡방 [고발_2] 강남 A초 단톡방 '교사사냥'에 담임교사 교체... 교장·교육청 방관하나 23.09.28 16:30l최종 업데이트 23.09.28 16:30l 교육언론창 윤근혁(educhang) 정부가 제작, 검정한 초중고 교과서에 20번 이상 나온 '한반도기'가 그려진 배지(아래 사진)를 학생들에게 선물한 서울 강남구 공립 A초 B교사가 담임에서 물러나는 등 최근 큰 곤경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교원사냥' 학부모 단톡방으로 알려진 'A초를 사랑하는 모임'(아래 A사모)이 올해 6월 15일부터 B교사를 저격하고 난 뒤 벌어진 일이다. 28일 교육언론[창]이 확인한 결과 A초에 첫 발령 4년차인 B교사는 올해 6월 7일 자신이 담임을 맡..

칼럼읽다 2023.09.30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지속 가능하게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지속 가능하게 입력 : 2023.01.19 03:00 수정 : 2023.01.19. 03:02 이은희 과학저술가 쟁기를 매단 소가 힘차게 나아가자 겨우내 굳어있던 흙이 부스러지며 그 속으로 푸슬푸슬 공기가 들어간다. 충분히 물을 댄 논에 어린 모가 열맞춰 심어진다. 여름내 햇빛을 듬뿍 머금고 무성하게 자라난 벼는 가을 햇빛이 여물자 누런 이삭을 달고 고개를 숙인다. 황금색을 넘실거리는 그 풍경은 보는 이의 마음조차 너그럽게 한다. 그 풍성한 기억 때문일까, 벼를 베어내고 남은 황량한 들판조차도 그리 쓸쓸해보이지 않는다. 해가 지나고 봄이 오면 멈춰있는 것만 같던 그 땅에 다시 공기와 물이 들어가고 모가 자라 벼가 되고 풍성한 낟알이 영글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년 반복되는..

칼럼읽다 2023.09.29

내면이 단단한 어른, 몸만 큰 어린아이

내면이 단단한 어른, 몸만 큰 어린아이 입력 : 2023.07.06. 03:00 이은희 과학저술가 올해 초 ‘제1회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에서는 만 18세 이상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완전한 성인임을 자각하는 정도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 결과 성인기를 코앞에 둔 18세의 경우 10%, 법적으로 완벽한 성인인 20세와 25세의 경우 각각 24%와 35%만이 자신이 성인임을 완벽하게 자각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30세가 되어서도 그 비율이 56%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법적 성인으로 인정받고 10년이 지나도 절반에 달하는 이들이 스스로가 성인이라고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미 육체적으로는 충분히 성숙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이 스스로가 아직 ‘..

칼럼읽다 2023.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