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 53

'학폭 가해자가 죽는다면'... 이 소설가가 쌓아올린 세계의 정체

'학폭 가해자가 죽는다면'... 이 소설가가 쌓아올린 세계의 정체 [인터뷰] 제24회 '이효석 문학상' 대상 수상한 안보윤 작가 23.09.16 11:24l최종 업데이트 23.09.16 16:53l 박병춘(hayam) ▲ 제24회 이효석 문학상 시상식 제24회 이효석 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안보윤 작가 ⓒ 박병춘 강원도 평창군 봉평은 이효석의 의 배경이 되어 메밀꽃과 이효석을 상징하는 곳으로 통한다. 가람 이효석 선생(1907~1942)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자 지난 2000년 평창군 효석 문화제에서 '이효석 문학상'이 제정되었다. 이 상은 올해로 제24회를 맞았으며 (재)이효석 문학재단, 교보문고, ㈜매일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 및 주관하여 안보윤 작가의 을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단은 이 ..

책이야기 2023.09.16

'좋은 글'이 쓰고 싶었을 뿐입니다

'좋은 글'이 쓰고 싶었을 뿐입니다 [생애 첫 글쓰기] 글을 쓰려고 운동을 하고 마음을 다스립니다 23.09.15 09:06l최종 업데이트 23.09.15 11:07l 박순우(sunu1031) 스물아홉, 서른은 내게 좀 이상한 나이였다. 다르게 살아보겠다며 하던 일, 살던 집 다 떠나 여행을 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 시절 만난 사람들의 정체가 이상했다. 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자신의 꿈을 털어놓았는데, 그의 꿈은 대단한 명예나 부를 얻는 게 아니었다. 그가 망설이며 고백하듯 말한 꿈은 이것이었다. "부처나 예수가 되고 싶어요." 살면서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처럼 번쩍이는 순간들이 가끔 있는데 그때가 그랬다. 그때까지 나는 인간이 꿀 수 있는 꿈의 반경에 부처나 예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책이야기 2023.09.16

이곳 인천에 살기 위하여

이곳 인천에 살기 위하여 신현수 |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 5년 전쯤 ‘이부망천’이란 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적이 있었다. ‘서울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라는 뜻이란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자유한국당 정아무개 의원이 텔레비전 토론 중 했던 인천·부천 비하 발언이었다. 학교와 직장 때문에 몇년씩 나가 살았던 기간을 빼면 거의 평생 인천에 살아온 사람으로서, 발언 자체도 매우 모욕적이었지만, 더욱 괘씸했던 것은 그 발언 당사자가 인천시 기획관리실장 출신이라는 사실이었다. 인천·부천 지역적 특성 운운한 게 잘 모르고 내뱉은 게 아니라, 실은 그의 진심이었던 것이다. 그의 모욕적인 발언을 떠나서, 생각해 보면 어쨌든 인천은 1883년 개항 이래 ‘살기 위..

칼럼읽다 2023.09.16

버섯과 바다의 낙관

버섯과 바다의 낙관 입력 : 2023.09.13. 20:16 인아영 문학평론가 언제나 책상을 깨끗하게 치워두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올여름 유독 책상 위에 오래 머물렀던 책이 있다. 김금희 소설가의 산문집 (문학동네, 2023)이다. 식물에 과문한 내가 귀여운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다양한 식물을 소개받을 수 있는 것도, 오랫동안 수십 가지 식물을 길러온 저자의 다정한 생각의 결을 따라가는 것도 즐거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내 곁에 두고 싶을 만큼 이 책의 특별했던 점은 각종 실패의 경험, 그리고 그것을 신중하게 품고 있는 따뜻한 기운이었다. 여느 식물 서적과 달리 이 책에는 집에 식물을 들여와 기르고 있다는 기쁨 못지않게 알 수 없는 이유로 식물이 마르거나 죽어버리곤 한다는 상심이 진하다. 열심히 물을..

책이야기 2023.09.15

낙관주의의 천재들

낙관주의의 천재들 입력 : 2023.09.15 20:23 수정 : 2023.09.15. 20:24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아동문학평론가 요즘 내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그것은 낙관주의자의 명단을 수집하는 취미이다. 개인적으로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당신에게는 이미 너무 많은 취미가 있다고, 이제 더 이상 뭘 좀 늘리지 말라고 붙들어 말릴 것이다. 백 번 맞는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호기심과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해 뒤죽박죽별장처럼 살고 있는 나로서는 새로 뭘 하는 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사치다. 하지만 이번 취미는 너무 마음에 들어서 포기할 수가 없다. 회원권을 끊지 않아도 되며 지하철로 이동하는 틈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 몇 분간 누워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너무너무 뿌듯하다. 이제부터..

책이야기 2023.09.15

저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저는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입력 : 2023.08.30 20:30 수정 : 2023.08.30. 20:32 성현아 문학평론가 최근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돌아와 이를 나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렸다. 이런 일도 있으니 동참해달라는 의도였지만, 거기엔 내가 봉사 활동도 하는 나름 좋은 사람임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었다. 그런 불순한 마음을 마주하고 나니 부끄럽고 죄스러웠다. 게시물을 지우려던 찰나에 그 활동을 내게 알려주었던 친한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는 내가 함께해 줘서 큰 힘이 되었다며 너는 역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었다. “저 좋은 사람 아니에요, 언니.” 고해성사라도 하듯 언니에게 나의 ‘나쁨’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언니가 알려주지 않았으면 그런 활동이 있는지도 몰랐을 거..

칼럼읽다 2023.09.15

힘입기, 마음먹기, 되살기

힘입기, 마음먹기, 되살기 입력 : 2023.09.06 20:32 수정 : 2023.09.06. 20:33 오은 시인 얼마 전에 이사했다. 이사는 단순히 거처를 옮기는 것이 아니다. 버스 노선, 장보기, 산책로, 인근 편의 시설, 분리배출 방식, 조망 등 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화한다. 오래전에 살았던 동네로 다시 왔더니,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낯섦 속에서 찾아오는 익숙함은 안온함을 가져다준다. 익숙함 속에서 찾아오는 낯섦은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낯섦과 익숙함이 둘 다 있어서 적이 설레고 적잖이 안심되었다. 상가의 간판들이 변했지만, 거리를 거닐 때 예전의 감각이 돌아오는 듯해 기분 좋았다. 여전한 것들과 달라진 것들 사이를 누비다 잠깐 멈춰 서서 관성의 반대말이 뭘까 골몰하기..

칼럼읽다 2023.09.15

10억원으로 할 수 있는 일

10억원으로 할 수 있는 일 입력 : 2023.09.13 20:23 수정 : 2023.09.13. 20:34 손희정 문화평론가 8월 말에 제주도에 다녀왔다. 아라동의 작은 서점인 ‘아무튼 책방’과 올해로 24회를 맞은 ‘제주여성영화제’에서 초대를 받아 3박4일 동안 총 4회 강의를 진행하는 일정이었다. 덕분에 오후와 저녁에는 강의를 하고, 밤에는 다정한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아침에는 바다 앞에서 ‘물멍’을 즐기는, 꽤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후로 그 시간을 자꾸만 되돌아보게 되었는데, 첫 계기는 다큐멘터리 (2023)이었다. 고희영 감독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제주 삼달리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모습을 기록해 엮었다. 작품의 중심에는 87년간 물질을 한 대상군 해녀 현순직 선생과 서서히..

칼럼읽다 2023.09.15

내가 있는 공간은 나를 보여줍니다

내가 있는 공간은 나를 보여줍니다 입력 : 2023.09.14 20:32 수정 : 2023.09.14. 20:33 임지영 예술교육가 불행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남들이 “오, 강남!” 하는 서초 한복판에 살았어도 아이는 늘 가난했다. 100평 펜트하우스에 사는 친구 집에 다녀오면 더 가난해졌다. “엄마, 우리는 언제 이사 가? 우린 왜 이렇게 가난해!” “그렇지 않다”고, “이 정도면 감사해야 한다”고 타일러도 아이의 쪼그라든 자존감은 펴지지 않았다. 어디나 그렇겠지만 상대적 박탈과 결핍이 가장 심한 지역일 것이다. 게다가 사회적으론 상당히 부유하다고 인식되는 곳이기에 외부의 시선과 내면의 자각 사이에 너무 큰 괴리가 존재했다. 그러니 유난히 큰 혼돈 속에 괴로울 수밖에. 그것은 어른도 마찬가지다. 중심을..

칼럼읽다 2023.09.15

육식의 종말?

육식의 종말? 입력 : 2023.09.14 20:32 수정 : 2023.09.14. 20:33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얼마 전 한 과학강연에 다녀왔습니다. 주제는 요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지구온난화였는데요, 그 주된 원인은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산업화에 따른 탄소배출량 증가입니다. 지금 추세라면 향후 100년 안에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6도 이상의 기온 상승도 가능하며, 이는 인류의 멸종 또한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를 끝으로 강연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이후 몇몇 참석자들과 온난화의 다른 원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소고기가 화제로 떠올랐습니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당연히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는 이야깃거리였죠. 의외로 소는 많은 양의 메탄가스를 방출합니다. 그리고 이는 이산화탄소..

칼럼읽다 2023.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