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가리지 않기 입력 : 2023.06.15 03:00 수정 : 2023.06.15. 03:05 오은 시인 물을 마실 때마다 불을 생각한다. 불을 피울 때마다 물을 떠올린다. 물과 불, 이름은 비슷하나 성질은 전혀 다른 두 물질 말이다. 불 위에 물을 올려두고 끓이다 보면 불의 힘이 불끈 솟는 게 느껴진다. 타오르는 불에 물을 끼얹는 장면을 보면, 끓어오르는 것을 잠재우는 물의 위력에 새삼 놀란다. 4월이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세월호 참사와 최근 캐나다 동부에서 서부로 확산한 산불 소식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물과 불의 위험성을 깨닫곤 한다. 사람이 사는 데 필수 불가결하지만, 잘 다루지 않으면 언제든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얼마 전, 각기 다른 자리에서 불같은 사람과 물 같은 사람을 만났다.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