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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하나 붙지 않는, 침묵의 캠퍼스 [김누리 칼럼]

대자보 하나 붙지 않는, 침묵의 캠퍼스 [김누리 칼럼] 독일 대학이 세계의 모든 고통과 억압에 항의하며 ‘시끄러운’ 반면, 한국 대학은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조용하다’. 독일 대학이 중요한 정치적 공론장이라면, 한국 대학은 정치의 무풍지대다. 거기선 세상에 무슨 비극이 벌어져도 대자보 하나 붙는 일이 없다. 수정 2024-05-15 14:56등록 2024-05-15 07:00  김누리 | 중앙대 교수(독문학)  “대학이 시끄럽다. 학생들이 ‘친팔레스타인 항의시위’를 위해 대학의 강의실, 건물, 광장을 점거하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이번 주 메인 칼럼(Leitartikel)의 첫 문장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과 학살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세계 대학으로..

칼럼읽다 2024.05.21

편집자가 눈에 선해지기까지

편집자가 눈에 선해지기까지입력 : 2024.05.19 20:35 수정 : 2024.05.19. 20:41 이슬아 작가  한창 책을 만드는 시기엔 꿈에 꼭 편집자가 등장한다. 꿈속에서 편집자는 휴양지로 도망친 나를 기어코 찾아내거나(도대체 어떻게 알고 오셨을까) 별 수확이 없을 게 뻔한 나의 텃밭을 둘러보며 해결책을 강구하고(마냥 송구스럽다) 혹은 별말 없이 내 책상 근처에 앉아 그저 커피를 홀짝이곤 한다(이 경우가 가장 신경 쓰인다). 무의식에서도 편집자가 보일 만큼 출간 과정 내내 그를 의식하며 지내는 것이다. 문학 편집자로 일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글을 읽고 돌려주는 피드백에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데뷔 전부터 나는 여러 편집자들 근처를 맴돌았다. 무수한 작가들의..

책이야기 2024.05.21

슬플 것 같아요

슬플 것 같아요입력 : 2024.05.20 20:45 수정 : 2024.05.20. 20:46 변재원 작가  얼마 전, 한 중학교에서 장애인 인권교육 강의를 마친 뒤 질문 시간에 한 여학생이 나에게 장애인이 되어 억울하냐고 물어보았다. 정확히는 의사의 과실로 인한 의료사고로 장애인이 된 게 원망스럽냐는 질문이었다. 질문한 학생을 보며 말했다. 처음에는 원망스럽지 않다가, 언젠가 문득 원망스러웠다가, 이내 다시 원망스럽지 않게 되었다고. 연이은 수술을 거치며 줄곧 병실에 누워 있던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삶은 힘겨웠지만, 이상하게도 의사를 원망한 적은 없었다. 장애, 마비, 질병을 감내하는 시간 자체는 나에게 원망으로 기억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문득 스무 살 성인이 되어 대학에 가고, 처음 좋아하는 사..

칼럼읽다 2024.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