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47

생각의 가지

생각의 가지입력 : 2024.04.29. 20:29 김상민 기자  종이에 아크릴 (53×78㎝) 생각이 끝도 없이 뻗어 나갑니다. 사랑, 돈, 집, 차, 여행, 가족, 꿈, 미래, 과거, 우주…. 생각이 가지에 가지를 치며 점점 더 넓게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처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멍하니 생각만 하다 귀중한 시간들이 사라져 버립니다. 다시 정신 차리고 이리저리 뻗어 있는 생각들을 접고 접어 정리를 해봅니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세상에 발을 디뎌 봅니다.

칼럼읽다 2024.04.30

아홉 번 꺾여도 살아나는 ‘고사리’

아홉 번 꺾여도 살아나는 ‘고사리’입력 : 2024.04.28 20:34 수정 : 2024.04.28. 20:36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제철을 맞은 봄나물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나물축제도 열린다. 그야말로 ‘나물의 계절’이다. 나물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을 가리키는 ‘남새’와는 의미가 다르다. “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만을 일컫는 ‘푸새’와도 구분해 써야 한다. 나물 가운데 봄을 대표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고사리’다. 고사리의 어원은 다양한데, 끈질긴 생명력을 엿보게 하는 ‘구살이’가 변한 말이라는 설도 있다. 고사리는 꺾인 자리에서 새순이 다시 돋는다. 그렇게 아홉 번을 꺾여도 ..

칼럼읽다 2024.04.29

창조적 영감은 어떻게 솟아나는가

창조적 영감은 어떻게 솟아나는가고명섭의 카이로스 수정 2024-04-23 18:52등록 2024-04-23 15:56  창조적 영감이 누군가를 매개로 삼아 불꽃을 일으키면, 그 불꽃이 집단으로 번져 나가 거대한 불길이 된다. 기존 질서에 매여 있거나 그 질서를 지키려는 자들은 불길을 끄려고 온갖 수단을 끌어오지만, 영감이 이끄는 집단의 불길은 우리를 묶어두고 있던 관습과 제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세계를 연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사 여신들. 무사 여신은 문학·예술·학문의 창조 영역에 영감을 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플라톤의 대화편 ‘파이드로스’에는 소크라테스가 젊은 파이드로스에게 ‘광기’(mania)에 관해 이야기하는 대목이 나온다. 소크라테스는 광기를 두 종류로 나눈다. 하나는 ‘몸의 질병’이고 ..

책이야기 2024.04.28

다시, 공부란 무엇인가

다시, 공부란 무엇인가입력 : 2024.04.25 20:55 수정 : 2024.04.25. 21:00 이희경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 대표  새삼 공부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내가 속한 작은 인문학공동체와 나의 공부에 대한 질문이다. 신도시 주택가에서 16년 전 처음 마을인문학 공동체를 열었을 때, 세상에서는 우리를 ‘공주(공부하는 주부)’로 불렀다. 당황했지만 현실이었다. 이후 ‘공주’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민은 “다른 공부가 다른 밥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고, 다시 모스, 마르크스, 폴라니 등의 공부로 연결되고, 또다시 마을작업장, 마을화폐의 실험으로 나아갔다. 이후 청년들이 오면 “청년들과 중장년 세대의 연대”라는 화두를 붙잡고, 또 밀양과 엮이면 “에너지 정..

칼럼읽다 2024.04.28

서정춘이라는 시인

서정춘이라는 시인입력 : 2024.04.25 20:56 수정 : 2024.04.25. 21:00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외출했다 돌아오니 책상에 흰 편지가 놓여 있다. 인정머리 하나 없는 인쇄체의 청구서 따위와는 확 비교되는, 정겨움이 폴폴 나는 시인의 손글씨였다. 봉투를 뜯으니 어느 신문의 서평 스크랩이 나왔다. 내가 식물에 관심이 많은 걸 알고 가끔 이렇게 챙겨주신다. 시인을 처음 소개해준 이가 전해준 남도 여행의 일화. 시끌벅적한 식당에서 조금 일찍 수저를 놓고 시인은 일어나 마당으로 나간다. 이 지역과 연결된 자잘한 화단의 근황부터 종내에는 큰 나뭇잎의 뒷꼭지까지를 요모조모 살핀다. 송아지의 귀를 살피듯 잎사귀의 털을 매만지면서 방금 놓은 숟가락과 잎은 왜 이리 닮았을까. 뭐, 그런 궁리도 하는..

책이야기 2024.04.27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이유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이유그들에겐 너무 짧은 신호등, 위험해도 건널 수밖에 없다24.04.25 17:40l최종 업데이트 24.04.25 17:40l손보미(springhand)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퇴근 후 달리기를 시작했다. '아직 몸이 가볍구먼!' 자신을 과대평가했던 탓일까. 달리기를 시작한 지 이틀 만에 문제가 생겼다. 오른쪽 발목과 발바닥이 욱신거렸다. 운동화 바닥이 지면에 닿을 때마다 찌릿한 통증이 생겼다. 1시간을 생각하고 나갔던 달리기를 20분만 하고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맞은편 횡단보도에서 마침 신호등 초록불이 깜빡거리며 남은 시간을 알려주고 있었다. 빨간 불로 바뀌기 남은 시간은 15초.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뛰었을 그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했다. 횡단보도 앞 그늘막 의자에 앉..

칼럼읽다 2024.04.26

저마다의 디아스포라 [이명석의 어차피 혼잔데]

저마다의 디아스포라 [이명석의 어차피 혼잔데]수정 2024-04-24 19:06 등록 2024-04-24 15:04  두 개의 디아스포라, 베네딕토 수도원과 미군부대 사이의 피정센터 ‘경계 위의 집’. 사진 이명석  이명석 | 문화비평가  오랜만에 고향 가는 경부선 기차를 탔다. “노스탤지어의 여행인가요?” 누군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야 한다. “아니오. 디아스포라의 여행입니다.” 기차가 고향에 가까워질수록, 나는 고향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처럼 느꼈다. 가장 최근에 들은 고향 소식은, 어디서도 받아주지 않는 이승만 동상을 가져와 전적지에 세웠다는 거였다. 어릴 적 가족이 농사 짓던 참외밭이 근처의 다른 전적지 옆에 있었다. 전두환 대통령이 온다고 아스팔트를 전적지 앞까지만 깔았던 기억이 난다. “니는 다리..

칼럼읽다 2024.04.25

5평 토굴서 30년…“편안함이란 몸과 마음이 같이 있는 거요”

5평 토굴서 30년…“편안함이란 몸과 마음이 같이 있는 거요”이광이 잡념잡상 _02  ‘무사찰주의’ 지리산 암자 도현스님수정 2024-04-24 11:40등록 2024-04-24 07:00  “자기가 숨 쉬는 것을 가만히 들여다봐요. 지금 숨 들어간다, 나온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거라. … 들숨날숨 가만히 보고 있으면 멀리 떠돌던 잡념들이 내 안으로 돌아와요. 마음을 불러 몸 곁에 두는 거지. 몸과 마음이 같이 있으면 편안해지는 거요. … 지혜는 내 것을 덜어낼 때, 내 몫을 덜 가질 때 나와요. 당장은 손해 같지만 나중에 돌아와. 삭히면 깊어지듯이.”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는 ‘꽃달(花月)’, 들이나 산이나 백화난만이다. 겨울을 넘어온 동백과..

칼럼읽다 2024.04.24

씨 말리는 사회, 지속 가능한가

씨 말리는 사회, 지속 가능한가 입력 : 2024.04.14. 21:48 박이은실 여성학자 씨앗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봤는가? 봄마다 색색의 꽃잎을 터뜨려 겨우내 쪼그라들었던 마음을 활짝 펴주는 갖가지 모습의 꽃나무들도 씨앗에서 그 삶의 처음을 시작하고 밥상에 오르는 각종 봄나물들 역시 씨앗에서 시작한다. 인간도 그렇다. 그러니 씨앗이 사라진다면 세상도 그걸로 끝이다. 씨를 말린다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은 없다. 예부터 농부들은 씨앗지킴이였다. 그해의 먹거리를 책임질 농사는 전해에 갈무리해 두었던 씨앗을 꺼내 튼실한 것들을 잘 골라 준비하는 일로 시작되었다. 대량으로 짓는 농사도 마찬가지이고 소량의 다양한 식물들을 키우는 농사는 말할 것도 없다. 콩, 깨, 상추, 파, 배추, 호박, 오이… 밥상에 올릴 ..

칼럼읽다 2024.04.24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니, 왜요?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니, 왜요? [서평] 86권의 책 버리고 깨달은 것... 우치다 다쓰루 24.04.18 17:01l최종 업데이트 24.04.18 17:07l 유채연(ideeniodo) 2년 전 여름, 나는 가지고 있는 책으로 여러 개의 탑을 쌓았다. 쌓다 보니 무릎에 차일 만큼 높아졌다. 거실을 오가는 엄마 아빠는 "이게 다 뭐야?" 하며 놀라셨다. 나는 책을 캐리어에 옮기면서 말했다. "알라딘에 갈 거야." 알라딘은 중고 책을 사고팔 수 있는 대형서점이다. 보관이 잘 된 책은 2400원 정도 받았으니 내 딴엔 꽤 쏠쏠한 거래였다. 사놓고 펼쳐보지도 않은 책이 많았기 때문이다. 거래를 하니 꽁돈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때를 시작으로 주기마다 책을 대량으로 정리하고 있다. 미니..

책이야기 2024.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