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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공천 할당제를 생각한다

여성 공천 할당제를 생각한다 입력 : 2024.04.02 20:25 수정 : 2024.04.02. 20:31 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모든 피의자는 공평하게 법률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전두환씨, 아동 성폭력 가해자, 연쇄살인범도 예외가 아니다. 최종 판결까지는 무죄로 간주한다는 원리 역시 분명한 정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 강북을 공천 논란의 주인공인 조수진 변호사 수임 경력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변호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한국미래변호사회가 밝힌 변호사의 성폭력 피의자 변호에 대한 다음과 같은 입장에 동의한다. 한미변은 “변호사 출신 후보가 특정 사건을 수임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사회적 비난을 받는 현실에 강한 ..

연재칼럼 2024.04.03

사람을 알아본다는 일

사람을 알아본다는 일 입력 : 2024.04.02 20:34 수정 : 2024.04.02. 20:35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관포지교는 두터운 우정을 이르는 말로 알려진 고사성어다. 그런데 고사의 출전인 에서는 관중의 열전 첫머리를 포숙아와의 교유로 시작하면서 “관중은 가난해서 늘 포숙아를 속였지만, 포숙아는 관중을 끝까지 잘 대해주고 그 일을 거론하지 않았다”고 했다. 관중의 회고담으로 제시된 일화도 좀 이상하다. 장사를 해도, 관직에 올라도, 전쟁에 나가도 실패만 거듭해서 탐욕스럽고 무능하며 비겁하기까지 하다는 비난을 받던 관중을 포숙아는 끝내 변호했을 뿐 아니라, 관중 때문에 죽을 뻔한 제환공에게 관중을 강력히 추천한다. 아름다운 우정을 넘어 지나친 사적 감정으로 비칠 정도다. 사마천이 관중의..

칼럼읽다 2024.04.03

웹툰의 위기

웹툰의 위기 권창호 만화가 mindle@mindlenews.com 요즘은 ‘만화’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는 ‘웹툰’(WEBTOON)이라는 신조어가 차지했다. ‘웹툰’이라는 단어뿐 아니라 모바일이나 PC 단말기 등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며 읽는 장편극화 연출방식 또한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겠다. 웹툰은 만화의 여러 형식 중 하나일 뿐이지만 어쨌든 ‘만화’라는 단어를 완벽하게 대체했다. 몇 년 전부터 K-웹툰이 K-컬처를 선도하는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웹툰 자체가 해외시장을 개척해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다국적 OTT 시장이 활성화되며 안 그래도 소재 고갈에 허덕이던 영상업계에서 웹소설과 웹툰을..

책이야기 2024.04.02

사람들 말소리

사람들 말소리 입력 : 2024.04.01 20:06 수정 : 2024.04.01. 20:07 김상민 기자 종이에 아크릴(53×78㎝) 가만히 혼자 앉아 있어도 오만가지 소리가 다 들려옵니다. 바람, 새, 나뭇잎, 음악, 차 지나가는 소리들…. 이런 소리들은 그냥 흘려들을 수 있지만, 사람들 말소리는 그냥 흘러가지가 않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쫑긋하게 합니다. 그냥 조용히 머리를 비우고 멍하니 있고 싶은데, 사람들의 하루 일과와 사랑이야기, 정치 성향, 술 먹고 풀어놓는 신세 한탄까지 다 듣게 됩니다. 내 고민도 산더미인데, 다른 사람들의 고민까지 듣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끄러운 음악으로 보호막을 치고 다시 내 속으로 빨려 들어가 봅니다.

칼럼읽다 2024.04.02

시와 역사에서 답을 찾다... 시문사답

시와 역사에서 답을 찾다... 시문사답 "고민에 대한 역사의 답변, 깨달음 줄 것" 24.03.27 10:56l최종 업데이트 24.03.27 10:56l 용인시민신문 김정윤(yongin21) 을 펴낸 오정환 시인과 를 펴낸 김상범 교수가 시에서 얻은 질문에 대한 답을 역사에서 찾았다. 책은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잃어버린 불을 꿈꾸며 ▲그대와 내가 숲이 되려면 ▲너무 오랫동안 알지 못했네 등 총 4장으로 구성됐다. ▲ ‘시문사답’ 책 표지 ⓒ 용인시민신문 오 시인과 김 교수는 책에 대해 "질문하며 시를 감상하다 보면, 인생에서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위인의 삶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족집게 같은 정답을 가르쳐 주지는 않지만, 응용 가능한 모범 답안 몇 가..

책이야기 2024.04.01

파와 마늘

파와 마늘 입력 : 2024.03.31 20:25 수정 : 2024.03.31. 20:26 심미섭 페미당당 활동가·작가 20대 어느 날 엄마의 고백을 스치듯이 들었다. 너희 키울 때는 장 보면서 파를 못 샀다고. 살림을 직접 하지 않던 시기라서 무슨 뜻인지 몰랐다. 30대가 되고 끼니를 내 손으로 해 먹게 되고 나서야 깨달았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할 때 장바구니에서 파를 가장 먼저 빼내게 된다는 사실을. 손에 물을 묻혀본 적 없는 정치인들은 알까. 파가 무슨 의미인지. 라면이나 떡볶이에도 당연하게 들어가 있는 흔하고 값싼 재료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장을 볼 때는 집기를 망설이게 된다. 파나 마늘 같은 향신채가 없어도 음식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파채를 올리지 않은 계란찜이나 다진 마늘을 생략한..

칼럼읽다 2024.04.01

지금 여기서, 나이 듦을 상상한다 [서울 말고]

지금 여기서, 나이 듦을 상상한다 [서울 말고] 수정 2024-03-31 18:57 등록 2024-03-31 14:28 김희주 | 양양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미래를 상상하는 힘.’ 우주여행같이 희망찬 내일의 비전이 연상된다. 하지만 요즘 이 문구를 떠올리는 순간은 전혀 다르다. 오일장이면 읍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노인들을 볼 때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 중에 “공부란 ‘머릿속에 지식을 쑤셔 넣는 행위’가 아니라 ‘세상의 해상도를 올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라는 글을 보고 감탄했었다. 시골에 살면서 노인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자주 본다. 지금까지 막연히, 다소 뿌옇게 보았던 ‘나이 듦’에 대해 좀 더 해상도가 높아졌다. 신체의 노화는 개인의 몸에서 시작되지만 나이 듦은 결코 개인의 차원에서 끝..

칼럼읽다 2024.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