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한 봉지 들고 너에게 가기 입력 : 2024.04.07 20:20 수정 : 2024.04.07. 20:21 이설야 시인 가령 이런 것 콩나물시루 지나는 물줄기 ― 붙잡으려는 ― 콩나물 줄기의 안간힘 물줄기 지나갈 때 솨아아 몸을 늘이는 ― 콩나물의 시간 닿을 길 없는 어여쁜 정념 다시 가령 이런 것 언제 다시 물이 지나갈지 물 주는 손의 마음까진 알 수 없는 의기소침 그래도 다시 물 지나갈 때 기다리며 ― 쌔근쌔근한 콩나물 하나씩에 든 여린 그리움 낭창하게 가늘은 목선의 짠함 짠해서 자꾸 놓치는 그래도 놓을 수 없는 물줄기 지나간다 다음 순간이 언제 올지 모르므로 생의 전부이듯 뿌리를 쭉 편다 아 ― 너를 붙잡고 싶어 요동치는 여리디여린 콩나물 몸속의 역동 받아, 이거 아삭아삭한 폭풍 한 봉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