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운명 사이에서 입력 : 2024.04.03 20:24 수정 : 2024.04.03. 20:28 이은희 과학저술가 대개 구분 없이 쓰곤 하지만, 사실 우연(偶然)이란 단어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하나는 어떠한 현상이 너무나도 무작위적이라 예측할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경우에 쓰인다. 바닷가의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나가며 모래사장에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이들이 남기는 자국은 무작위적이어서 다음에 어떤 흔적이 남을지 예측할 수도 없고, 한 번 만들어진 자국이 재현되지도 않는다. 이는 신기한 현상이지만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어떤 의미와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의미의 우연은 좀 다르다.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맞물려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때, 우리는 이를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