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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반경

공감의 반경 입력 : 2024.03.26 20:24 수정 : 2024.03.26. 20:26 하미나 저자 안다고 생각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 상투어가 되어버린 말들. 당연하게 받아 누려 온 역사들. 이것들이 낯설고 새롭게 다가와 마음을 때리는 일은 언제, 왜 일어나는 것일까? 고백하자면 나는 한국을 떠난 사람들을 향한 약간의 미움이 있었다. 나를 버리고 더 좋은 세상으로 떠난 당신…. 막상 나가보니 실상은 달랐다. 오래전 하와이로 떠난 이민자는 독립운동의 자금줄이었고 광부로 또 간호사로 독일에 도착한 이들은 민주화 운동을 다방면으로 도운 사람들이었다. 국내에 있을 때는 해외로 떠난 사람들이 사라져버리는 것만 같았는데 밖에서 보니 이들의 발자취가 형형히 빛난다. 최돈미 시인이 그렇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칼럼읽다 2024.03.31

일주일은 왜 7일일까

일주일은 왜 7일일까 입력 : 2024.03.27 22:08 수정 : 2024.03.27. 22:09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아침에 해 뜨고 다음날 다시 해 뜰 때까지가 하루다. 지구 어디서나 오래전부터 하루라는 시간의 길이를 이용했다. 보름달부터 다음 보름달까지 몇번의 하루가 있는지 세면 약 30이다. 대부분 문명에서 한 달의 길이가 30일 정도로 정해진 이유다. 매일 아침 어느 방향에서 해가 뜨는지 살피면 365일 정도를 주기로 해 뜨는 위치가 다시 반복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 한 달, 그리고 한 해의 길이는 하늘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두 천체인 해와 달이 알려준다. 또 다른 흥미로운 주기가 일주일이다. 기독교 성경 창세기에는 하나님이 세상 만물을 6일에 걸쳐 만들어내고 다음날인 ..

칼럼읽다 2024.03.31

봄날, 나뭇잎 하나의 몽상

봄날, 나뭇잎 하나의 몽상 입력 : 2024.03.07 20:22 수정 : 2024.03.07. 20:26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봄은 오되 기차처럼 온다. 참새 떼 훑고 가는 가시덤불로도 은근히 오고 바지 주머니에도 와서 사람들 인정 넉넉하게 데운다. 봄은 잎에 업혀서도 나온다. 대개 꽃보다 먼저 피는 잎은 가지가, 이렇게 아름다운 풍선 좀 보라며, 피리처럼 힘껏 불면 다투어 봄을 싣고 이 세상으로 불룩하게 나오는 것. 나뭇잎은 나무의 입에 불과한 것 같아도 그 생김새가 저마다 독특하다. 물푸레나무 잎사귀는 가장자리가 물결처럼 꿀렁꿀렁해서 어느 나라의 해변 같기도 한데 그 물가에서 자맥질하며 놀던 아이들의 파리한 입술을 닮았다. 섬마다 지천인 동백잎은 둘레마다 까끌한 톱니가 발달했는데, 손으로 한바퀴 돌..

칼럼읽다 2024.03.31

"글쓰기 함께 배우고 나누고 싶다"

"글쓰기 함께 배우고 나누고 싶다" 당진시립중앙도서관 주최, 배지영 작가와 함께하는 '에세이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24.03.15 08:42l최종 업데이트 24.03.15 21:12l 김정아(byspirit36) ▲ 배지영작가와 함께하는 에세이글쓰기 강좌 에세이 글쓰기 프로그램에 선정된 회원들과 첫 만남은 카리스마와 유머러스한 미소로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 김정아 당진시립중앙도서관은 지난 3월 9일부터 9월의 마지막 주까지 '에세이 쓰기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글쓰기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배지영 작가와 함께 진행되는 이번 글쓰기 수업을 듣기 위해 참가자들은 당진시립중앙도서관에 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이 지원서에는 에세이 한 편, 목차 15개, 글쓰기에 대한 열정..

책이야기 2024.03.30

삼체, 내면, 독서

삼체, 내면, 독서 입력 : 2024.03.27 22:11 수정 : 2024.03.27. 22:14 인아영 문학평론가 넷플릭스에서 방영되고 있는 SF 드라마 의 원작 소설은 과학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나노 연구자 왕먀오는 주위의 가장 유능하고 똑똑한 과학자들이 자살하거나 실종되는 이상한 현상이 외계 행성 때문임을 알게 된다. 이 현상을 수사하는 경찰 스창은 지구의 모든 정부와 군대를 벌벌 떨게 만드는 이 악랄하고 고능한 적이 외계인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하지만, 그들의 전략만은 정확히 꿰뚫고 있다. “적이 두려워하는 것은 뭡니까?” “당신들이지, 과학자들.” 삼체인이라 불리는 외계인이 지구를 멸망시키기 위해 과학자들, 그중에서도 기초과학자부터 제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초과학은 어떤 문명의 ..

책이야기 2024.03.30

파김치

파김치 입력 : 2024.03.27 22:12 수정 : 2024.03.27. 22:14 임의진 시인 음치라고 부끄럽거나 괴로워할 일이 아니야. 여러 장점이 있는데, 노래방 출입을 즐기지 않으니 일단 돈이 굳어. 그 돈으로 쇠고기 사 먹고 잘 살아. 고성방가를 시도할 일도 없으니 경찰서에 끌려갈 일도 없어. 또 싸움질 장소에서 실렁실렁 콧노래를 부르다가 괜히 얻어터질 일도 없다. 모임 자리에 노래를 한 자락 해보라며 청하질 않을 테니 곤란을 겪을 일도 없고. 또 있는데, 엥, 까먹었다. 아무튼 음치도 있어야 가수도 있는 법. 국회의원 한번 해보겠다며 못 부르는 노래를 눈의 흰자를 내보이면서까지 ‘무조건 무조건이야~’ 부르는 장면은 어이없고 재밌다. 음치도 물론 정계 진출에 하등 지장은 없다만 표는 좀 깎아..

칼럼읽다 2024.03.30

세상을 담는 방법

세상을 담는 방법 입력 : 2024.03.27 22:12 수정 : 2024.03.27. 22:14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 저자 봄이 오고 있다. 이맘때면 “라면 먹고 갈래요?”라는 대사로 유명한 영화 의 ‘대나무 숲 소리 수집 신’이 떠오른다. 배우 유지태가 연기한 사운드 엔지니어는, TV와 라디오라는 디지털 매체 속에 꼭 맞는 음성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오프라인의 소리를 센서로 모아 저장장치에 담는다. 인간 세상을 학습하는 인공지능도 이렇게 오프라인의 세상이 디지털로 전환된 것을 학습한다. 사람들이 찍은 이미지와 영상에 담긴 사물들의 이름을 익히고, 그 이름들의 관계를 학습한다. 눈이 많이 쌓이면 눈사람이 있구나, 숟가락이 있으면 젓가락이 있구나, 횡단보도에 녹색불이 켜지면 사람들이 길을 건너는구나...

칼럼읽다 2024.03.29

최댓값과 최솟값

최댓값과 최솟값 수정 2024-03-28 18:48등록 2024-03-28 14:30 이차함수. 본 적이 있으실지? ‘ax²+bx+c’. 그래프로 그릴 수도 있는데, x² 앞에 오는 a가 양수냐, 음수냐에 따라 모양이 정반대로 바뀐다. 예컨대, a가 양수인 y=2x²+3x+1이라는 함수의 x 자리에 숫자를 하나씩 넣어보자. x가 -2면 y=3, x가 -1이면 y=0, x가 0이면 y=1, x가 1이면 y=6, x가 2이면 y=15. 이런 식으로 x의 변화에 따라 y의 값을 구하고, 이를 그래프에 하나씩 점을 찍고 이으면 ‘∪’ 모양의 오목한 포물선이 나온다. 이때엔 포물선의 맨 끝 바닥에 있는 최솟값만 구할 수 있다. 양쪽은 위로 무한히 뻗어나가니 최댓값은 구할 수 없다. 반면에 y=-2x²+3x+1처럼..

연재칼럼 2024.03.29

목적과 수단이 바뀐 삶 [똑똑! 한국사회]

목적과 수단이 바뀐 삶 [똑똑! 한국사회] 수정 2024-03-27 18:51 등록 2024-03-27 15:59 게티이미지뱅크 이승미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반도체물리학 박사) 시작은 평화로웠다. ‘하루 15분으로 외국어를 익힙시다’라는 선전 문구에 현혹되어 몇번의 터치로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하고 시험 삼아 작동해봤을 뿐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동안 수없이 시험해본 다른 앱들처럼 조만간 지워지기 십상으로 생각했다. 큰딸이 독일어 배우느라 쓰고 있는 앱이라며 유료 가족계정을 만들면 한 사람 몫으로 여섯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름대로 알뜰한 나는 솔깃해져 당장 유료계정을 만들고 아이들과 가족 계정으로 한데 묶었다.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끼어드는 강제 광고 시청이 없..

칼럼읽다 2024.03.28

시가 왔다…서점서 빌려 한 장씩 헝겊 대며 읽던 순간

시가 왔다…서점서 빌려 한 장씩 헝겊 대며 읽던 순간 이광이 잡념잡상 _01 시인 서정춘의 100년을 달리는 푸른 기차 수정 2024-03-27 09:32 등록 2024-03-27 09:00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꽃 그려 새 울려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시 한편이 스물한자다. 읽다가 ‘소식’ 하고 끝나버리니, 걷다가 길이 끊긴 듯, 몸이 앞으로 기우뚱한다. 입에서는 못 빠져나간 바람이 한숨이 되어 새어 나온다. 그 소식 이후에 다른 소식은 없었는지 늘 궁금했다. 바람 부는 날이면 동구에서 띄우던 연줄이 툭 끊겨 산 너머로 멀리멀리 날아가던, 꼬리를 흔들며 하늘하늘 사라져버린 그 가오리연이 가끔 생각나듯이, 소식만 남기고 산골짜기로 떠나버린 그의 뒷소식이 궁금했다. 시인 서정춘, 41년생이니..

책이야기 2024.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