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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에서 독립서점 투어를 시작했다

글쓰기 모임에서 독립서점 투어를 시작했다 세상 어디에도 없을 외롭고 웃긴 묘한 책방, 단양 새한서점 24.03.18 09:53l 최종 업데이트 24.03.18 09:53l 전미경(griftree7011) 아마추어 글쓰기 동네 모임이 있는데 모두들 마음만 있고 글은 전혀 쓰지 않는다. 처음 모임을 만들었을 땐 의욕이 넘쳤고 글을 써서 책도 한번 만들어보자는 계획이 있었지만 동기도 열정도 모두 사라져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그나마 K 회원님이 시민기자가 되어 기사 채택이 된 것 말고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마음은 있으나 진전 없는 성과에 나아가지 못하고 무인도에 조난당한 사람들처럼 무기력했다. 모임 활성화를 위해 독립서점 투어를 제안했다. 투어 소감을 쓰다 보면 글쓰기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나아..

책이야기 2024.03.19

봄처녀

봄처녀 입력 : 2024.03.18 20:16 수정 : 2024.03.18. 20:17 김상민 기자 종이에 아크릴(53×78㎝) 다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긴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었습니다. 봄이 오면서 예쁜 색들도 다시 돌아왔습니다. 죽은 듯한 나뭇가지에도 초록색 새순이 자라나고, 칙칙한 진녹색 잎 위로 예쁜 연두색 아기잎이 자라났습니다. 사람들도 무거운 검정옷을 집어넣고 예쁜 색 옷을 꺼내 입습니다. 봄처럼 예쁜 모습으로, 봄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봄처럼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새 계절을 맞이해봅니다. 봄이 다시 돌아오면서 예쁜 색들도 돌아왔습니다.

칼럼읽다 2024.03.19

봄의 두 얼굴

봄의 두 얼굴 입력 : 2024.03.12. 22:05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봄은 쉽지 않다. 시인 엘리옷이 말한 대로 봄은 잔인함의 연속이다. 봄은 학기나 업무가 시작됨으로 인해 적응 스트레스가 폭증하는 시기이다. 새로운 사회 활동으로 인해 상처도 더 받고 힘든 경험도 늘어난다. 봄날에 개최되는 온갖 가족행사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사회적 수치심을 극도에 달하게 한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확인하는 반면 불행한 사람은 더 크게 자신의 불행을 보아야 한다. 그래서 봄은 두 얼굴의 계절이다. 이 두 얼굴의 잔혹함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을 제외하고, 자살률이 가장 높은 달은 2021년 3월, 2022년 4월, 2023년 5월이었다. 봄자살 예방이 정말 중요한..

칼럼읽다 2024.03.18

필기체의 죽음과 부활 [크리틱]

필기체의 죽음과 부활 [크리틱] 수정 2024-03-13 19:03 등록 2024-03-13 18:19 김영준 |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도스토옙스키, ‘악령’ 초고(1870~1871). 위키미디어 코먼스 “디콘은 인쇄체밖에 읽을 줄 몰라요.” 아동 문학의 고전인 ‘비밀의 정원’(1911)에서 한 등장인물이 냉담하게 말한다. 줄거리는 생각나지 않는데 왠지 저 대사는 기억에 남아 있다. 디콘은 일종의 필수 요소인 ‘야생의 소년’이다. 필기체를 못 읽는 건 학교에 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 여자아이는 그렇다면 디콘이 알아볼 수 있게 인쇄체로 편지를 써보겠다고 말한다. “그래 본 적은 없지만 가능은 할 것 같다”면서 말이다. 필기체가 기본값이고 인쇄체가 예외인 세상. 판타지 소설의 설정처럼 느껴진다. 이게..

칼럼읽다 2024.03.18

왜 상상의 세계에 빠질까

왜 상상의 세계에 빠질까 입력 : 2024.03.13 22:04 수정 : 2024.03.13. 22:09 전중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진화심리학 ‘듄친자’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가? 에 미친 사람이란 뜻이다. 은 서기 2만6391년에 우주에서 가장 귀한 자원 ‘스파이스’를 독점하고자 벌이는 갈등을 담은 SF 영화다. 듄친자들은 영화 를 기꺼이 극장에서 ‘n차’ 관람한다. 10만원이 넘는 6권짜리 소설 전집을 베스트셀러에 등극시킨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수십년 전 소설가 프랭크 허버트가 꾸며낸 세상에서 등장인물들이 스파이스를 두고 싸우건 말건 우리는 알 바 아니지 않나(듄의 세계관을 해설하는 유튜브를 다 시청하고 소설 전집까지 덜컥 산 내 중학생 아들에게 간청하는 말은 아니다)? 상상 속에서만 ..

칼럼읽다 2024.03.17

‘다양성’이란 말의 오염

‘다양성’이란 말의 오염 입력 : 2024.03.14 18:37 수정 : 2024.03.14. 20:16 손제민 논설위원 다양성(多樣性). ‘모양·빛깔·형태·양식 따위가 여러 가지로 많은 특성’을 뜻한다. 존재하는 세상 자체를 가치중립적으로 묘사할 때 쓸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생물다양성이나 문화다양성처럼 앞에 수식어를 붙여 어떠한 의지·지향을 담아 쓰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의 놀라운 사용법을 최근 접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5·18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 등을 주장한 도태우 변호사 공천 결정을 유지하며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당이지 않으냐”고 해명했다. 도 변호사의 5·18 폄훼 발언은 소수에 속한다. 그것이 소수인 이유는 이미 사실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허위에 기반한 의..

칼럼읽다 2024.03.17

움과 그 많던 고구마 [똑똑! 한국사회]

움과 그 많던 고구마 [똑똑! 한국사회] 수정 2024-03-13 18:51 등록 2024-03-13 18:21 지난해 5월 농사실습 온 풀무고등학교 학생들과 고구마를 심었다. 지금 우리 집에서도 고구마는 겨울 양식이다. 원혜덕 제공 원혜덕 | 평화나무농장 농부 내가 자라던 우리 집에는 ‘운동장’이 있었다. 아니, 가정집에 웬 운동장이야? 하겠지만 운동장으로 불렸다. 사실은 넓은 마당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았을지 모르겠다. 그 운동장은 추수를 하기 위해 만들었다. 밭에서 거둔 콩을 가져다 널어서 말린 다음에 도리깨로 털기도 했고, 탈곡기로 밀과 보리도 털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한발로 탈곡기 페달을 계속 밟으면 나머지 식구들이 밀이나 보리 등의 곡식 단을 들고 와서 돌아가는 탈곡기에 갖다 댄다. ..

카테고리 없음 2024.03.16

빵지순례

빵지순례 입력 : 2024.03.14 20:13 수정 : 2024.03.14. 20:19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인스타그램 시대다. ‘인스타그래머블하다’라는 말도 흔하게 쓸 정도다. 이 앱은 보여주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자신의 삶을 다른 이에게 중계하도록 한다. 내일 인스타그램에 올릴 이벤트를 기획하는 게 삶의 일부인 사람도 있다. 삶의 여러 방식을 바꾸고 있다. 블로그가 한창일 때도 그런 면이 있었지만 ‘모바일한’ 스마트폰과는 물리적으로 다른 토대였다. 컴퓨터는 앉아서 켜고, 해당 블로그에 들어가야 볼 수 있었다. 일종의 동시성이 떨어지고 접속 시간도 적었다. 이제는 다르다. 마치 신체의 일부처럼 늘 켜져 있는 스마트폰으로 접속하고 본다. 성지순례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는 것도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시대의..

칼럼읽다 2024.03.16

파이의 날, 3월14일의 몽상

파이의 날, 3월14일의 몽상 입력 : 2024.03.14 20:16 수정 : 2024.03.14. 20:19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가다’와 ‘내려가다’는 뉘앙스가 다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 “가다=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장소를 이동하다/내려가다=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또는 위에서 아래로 가다.” 두 단어를 살피면, ‘가다’는 수평으로 나아가는 동작을 포착하고 ‘내려가다’는 수직으로 구르는 모양을 그린다고 할 수 있겠다. 왕자웨이의 영화 는 인상적인 문장들로 시작한다. “쿵후는 두 단어로 말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 지는 자는 수평이 된다. 최후에 수직으로 서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어디 쿵후만 그렇겠는가. 나날의 삶도 낮에 막대기처럼 서서 돌아다니다가 밤에 누워 자는 것. 그러다가 꿈속..

칼럼읽다 2024.03.15

나이가 들면

나이가 들면 주상태 나이를 먹으면 몸은 망가지는데 마음은 단단해진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른 것은 아닌데 나이는 신기하게 마음이 불러온다 친구들이 싫은 소리해도 이해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갈 때도 슬프지만 눈물 나지 않는다 마음이 넉넉해지니 나도 그런 마음 먹은 적 있으니 지금 다시 먹어도 괜찮거니 사랑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는 것도 행복한 것이니 나이를 먹으면 배가 부르고 속이 단단해짐을 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아무 소용없을 때도 있다 오랜 책쟁이의 고질병으로 눈두덩이 아려오면 얼음찜질로 몸을 달래어야 하고 술이 마음을 흔들리게 할 때도 장을 달래기 위해 몇 끼를 쉬어가야 하고 물렁뼈는 왜 그리 자꾸 자리를 빠져나가는지 나이가 들면 산을 오르는 일보다 내려가는 일이..

시를쓰다 2024.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