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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상대 품는 나무의 협동 전략

경쟁 상대 품는 나무의 협동 전략 입력 : 2024.03.04 19:52 수정 : 2024.03.04. 19:55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얼핏 보아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나무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살 수 있다. 주어진 공간에서 햇빛을 잘 받고, 땅에서 물과 양분을 확보하려면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곁의 나무보다 높이 올라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해야 하고 나뭇가지를 펼칠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승부가 나지 않을 만큼 경쟁이 이어지면 나무는 경쟁의 원리를 내려놓고 ‘협동’을 선택한다. 나무가 보여주는 협동의 결과가 ‘연리(連理)’ 현상이다. 나뭇가지가 서로 붙었다면 연리지, 줄기가 붙었으면 연리목, 땅속의 뿌리가 붙은 경우라면 연리근이라고 부른다. 곁에 있는 나무와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

칼럼읽다 2024.03.05

무꽃 피던 날

무꽃 피던 날 수정 2024-03-05 08:26 등록 2024-03-05 07:00 무꽃. 한겨레 자료사진 이광이ㅣ잡글 쓰는 작가 초봄 아침 볕이 남창 왼편에서 작은 삼각형으로 들어온다. 예각이 둔해지면서 빛은 점점 거실 안을 비춘다. 밥상 모서리에서 빛나다가, 밥을 다 먹을 때쯤이면 등 뒤에 와 있다. 일 없는 날 아침은 느긋하고 한가롭다. 베란다 손바닥만 한 화단에 모종해 놓은 수선화 몇 송이, 그리고 못 보던 꽃이 피었다. 하얗고, 약간 보라와 노랑이 섞인 작은 꽃 여러 송이가 얼굴을 비비며 피어 있다. 제법 굵은 줄기를 따라 내려가 보니 몸통이 무다. 무는 절반쯤 흙에 묻혀 있고 땅 위로 나온 몸통이 오그라들어 쭈글쭈글, 늙은 할멈처럼 말라비틀어졌다. “저것이 뭣이래요?” 우리 아파트 아랫집에 ..

칼럼읽다 2024.03.05

사생대회를 가다

사생대회를 가다 주상태 그림을 그리러 가는 건지 나를 그리러 가는 건지 붓으로 그린 나무 시들어버리고 펜으로 그린 동물 사라져버린다 모두들 박제된 풍경 속으로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물통 속에 던져진 빨간 물감은 번지고 번지고 화판 위에서는 붉은 피로 번지고 번지고 진한 나무는 덧칠을 어렵게 만드는 먼 미래 나를 길러낸 것은 그늘 아래 앉아 주먹밥 먹고 수다 떠는 입들 대충 칠한 나무들만 살아남는 우리는 숲속의 나무 그림 속으로 들어 간 나무는 사라지기 전에 시들기 전에 덧칠해져야 한다 조잘거리는 웃음 속에 오후 햇살은 따갑게 시간을 가르고 있다

시를쓰다 2024.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