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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의 날, 3월14일의 몽상

파이의 날, 3월14일의 몽상 입력 : 2024.03.14 20:16 수정 : 2024.03.14. 20:19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가다’와 ‘내려가다’는 뉘앙스가 다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 “가다=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장소를 이동하다/내려가다=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또는 위에서 아래로 가다.” 두 단어를 살피면, ‘가다’는 수평으로 나아가는 동작을 포착하고 ‘내려가다’는 수직으로 구르는 모양을 그린다고 할 수 있겠다. 왕자웨이의 영화 는 인상적인 문장들로 시작한다. “쿵후는 두 단어로 말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 지는 자는 수평이 된다. 최후에 수직으로 서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어디 쿵후만 그렇겠는가. 나날의 삶도 낮에 막대기처럼 서서 돌아다니다가 밤에 누워 자는 것. 그러다가 꿈속..

칼럼읽다 2024.03.15

나이가 들면

나이가 들면 주상태 나이를 먹으면 몸은 망가지는데 마음은 단단해진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른 것은 아닌데 나이는 신기하게 마음이 불러온다 친구들이 싫은 소리해도 이해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갈 때도 슬프지만 눈물 나지 않는다 마음이 넉넉해지니 나도 그런 마음 먹은 적 있으니 지금 다시 먹어도 괜찮거니 사랑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는 것도 행복한 것이니 나이를 먹으면 배가 부르고 속이 단단해짐을 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아무 소용없을 때도 있다 오랜 책쟁이의 고질병으로 눈두덩이 아려오면 얼음찜질로 몸을 달래어야 하고 술이 마음을 흔들리게 할 때도 장을 달래기 위해 몇 끼를 쉬어가야 하고 물렁뼈는 왜 그리 자꾸 자리를 빠져나가는지 나이가 들면 산을 오르는 일보다 내려가는 일이..

시를쓰다 2024.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