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나이가 들면

닭털주 2024. 3. 15. 17:03

나이가 들면

 

주상태

 

 

나이를 먹으면 몸은 망가지는데

마음은 단단해진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른 것은 아닌데

나이는 신기하게 마음이 불러온다

친구들이 싫은 소리해도 이해가 되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갈 때도

슬프지만 눈물 나지 않는다

마음이 넉넉해지니

나도 그런 마음 먹은 적 있으니

지금 다시 먹어도 괜찮거니

사랑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는 것도 행복한 것이니

나이를 먹으면 배가 부르고

속이 단단해짐을 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아무 소용없을 때도 있다

오랜 책쟁이의 고질병으로 눈두덩이 아려오면

얼음찜질로 몸을 달래어야 하고

술이 마음을 흔들리게 할 때도

장을 달래기 위해

몇 끼를 쉬어가야 하고

물렁뼈는 왜 그리 자꾸 자리를 빠져나가는지

나이가 들면

산을 오르는 일보다 내려가는 일이 더 힘이 드는지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비단 나이 때문만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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