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학년 수련회이야기

닭털주 2024. 3. 13. 09:36

학년 수련회이야기

 

주상태

 

 

버리고 와야 할 것들이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한 기억을 지우는 일은

삶을 추억하는 낭만에 젖어 드는 일이다

가끔 찾아오는 바닷가에서

마냥 즐거울 수 있는 것은

바닷가였기 때문이고

푸르름을 보았기 때문이다

파문을 일으켜도 파도의 시간을 기억하는 것은

내가 선택한 일이었기보다

나를 선택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다 건너 산이 보이고

산을 건너 하늘이 보이고

하늘 위에 물고기가 날아다니고

물속에서 강아지가 뛰노는 풍경을 상상하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 해변의 아침

안개가 흩뿌려진 바닷가의 외침

나를 지우고

너를 지우고

생각을 지우는 일을 기억한다

 

해변의 시간을 위하여

파도에 묻혀버린

안개에 숨어버린

 

아이들의 외침을 다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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