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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깊이

말의 깊이 [말글살이]수정 2025-04-24 18:43 등록 2025-04-24 14:30 질문과 사람에 따라 답하는 말의 깊이가 달라진다. 게티이미지뱅크 고민이 하나 있다. 옷에 튄 한 방울 김칫국물 자국처럼 내내 신경이 쓰인다. 자질구레하여 말 꺼내기도 남사스러운 고민인즉슨, 누군가 ‘오늘 시간 어떠냐’는 물음에 답하는 말본새를 보고 있노라면 가관이라 그렇다. 시간이 안 나면 ‘약속 있다’ ‘일 있다’ 정도로 답하면 좋으련만 안 되는 이유를 다 말한다. “같이 하숙하던 친구를 칠십년 만에 만나기로 했어요”라는 식이다. 혹여 시간이 나면 ‘2시 이후에 괜찮다’고 짧게 답해도 되는데, 굳이 “오전에 수업 마치고 학생들한테 짜장면 얻어먹기로 했으니, 2시 이후에나 봅시다”라 한다. ‘뭐 하러 개인 ..

연재칼럼 2025.04.24

몰라도 좋아요

몰라도 좋아요 수정 2025.04.23 20:33 오은 시인 청소년 시집 마음의 일>(창비교육, 2020)에 나는 ‘몰라서 좋아요’라는 시를 실었다. 청소년 시기의 나는 모르는 것이 많았다. 보기에서 구석기시대 유물을 골라낼 줄 알고 삼각함수 문제를 풀 수도 있었지만, 친구의 의중을 파악하고 말의 속뜻을 알아차리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모르는 목소리/ 모르는 얼굴/ 모르는 맛/ 모르는 감정/ 모르는 내일// 모르는 것투성이이지만/ 내가 모른다는 것만은 알아요// 몰라요/ 몰라서 좋아요”라는 구절에는 ‘모름’을 긍정할 수밖에 없는 당시의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 아는 게 힘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모르는 게 약이라고 애써 믿을 수밖에 없었다. 어른이 되면 궁금했던 것들이 상당 부분 해결될 거라 믿었다...

칼럼읽다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