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쓰다

한강을 달려보니 알겠다

닭털주 2024. 3. 14. 08:55

한강을 달려보니 알겠다

 

주상태

 

 

한강을 달려보니 알겠다

출렁이는 물결처럼 흔들리는 뱃살을 느끼며

시지프스의 운명처럼 버티는 삶이다

벗어날 수 없는 삶은

차가운 아침 공기 속 흐릿하게 비치는 꿈이라는 것을

샤워를 하다 보니 알겠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은

나의 마음이 아니라

내 몸이 아니라

녹슨 고철 덩어리가 되어 도시를 떠돌던 욕망이라는 것을

이끼 낀 욕된 껍데기라는 것을

한강을 달리고

한강이 흐르고

가쁜 호흡 가다듬으며

앞서 달리는 자전거 속에서

미처 붙잡지 못한 연인들을 본다

 

한강을 달려보니 알겠다

한강을 달리지 못한 것은

한강이 멀리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멀리 가버렸다는 것을

 

한강이 아름다운 것은

내가 너무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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