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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의 다른 상상

지역소멸의 다른 상상 수정 2024-03-03 18:46 등록 2024-03-03 18:27 어르신 생활체육 경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말고] 김유빈 | ㈔지역공공정책플랫폼광주로 이사 연일 찬바람에 사삭스럽게 여름을 그리는 날들이다. 그리는 여름에 인상 깊은 장면 하나를 소개하며 글을 시작한다. 그날은 전남 담양군 ‘국수 거리’ 근처 골목을 지날 때였다. 마을과 관광지 경계에 있는 그 골목에서 그늘이 처진 평상에 할아버지 두 분이 지나는 사람을 가만히 구경하고 계셨다. 언제부터 나와계셨던 것일까 궁금해지며 이런 어르신들을 마주하는 일이 굉장히 일상적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 깊었던 이유는 그 장소가 유동 인구인 관광객들에게는 재미와 휴식의 공간이지만, 정주민에게는 그..

칼럼읽다 2024.03.04

우리가 얻은 것은 콘센트요

우리가 얻은 것은 콘센트요 입력 : 2024.02.29 20:09 수정 : 2024.02.29. 22:46 최정화 소설가 커피농장은 노예착취의 온상이었다. 브라질이 서반구 국가들 중 노예제 폐지가 가장 더디었던 이유도 커피 때문이었다. 1871년 ‘노예의 자식도 자유로운 신분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태아자유법이 선포되자 커피 재배자들과 정치인들은 노예제 폐지에 격렬히 반대했다. 1932년 엘살바도르에서는 잔혹한 노동환경을 견디지 못해 봉기가 일어났고 보복극으로 무차별 폭격 대학살이 벌어져 3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1933년 과테말라에서는 노조원, 학생, 정치 지도자를 총살하고 ‘커피와 바나나 농장주들이 일꾼들을 죽여도 처벌을 면제한다’는 법령을 공포했다. 커피노동자들은 여전히 수도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칼럼읽다 2024.03.04

북한산에 오르다

북한산에 오르다 주상태 새 신을 신고 바위를 오른다 하늘을 향하는 발걸음은 씩씩하다 바람은 산허리를 머물다 흘러간다 오르지 않으면 내려다볼 수 없기에 걸음은 가볍다 족두리봉까지 오르는 일이 시작이라면 사모바위는 삶을 다시 챙기고 인수봉에 이르는 일은 감격이고 절벽을 넘어 가파른 길을 구름을 밟고 나아간다 발을 길게 뻗어 손까지 잡힐 것 같은 곳 눈으로 깨끗하게 씻어낸 풍경들 굽이굽이 솟은 꿈들 스쳐 가는 바람이 싱그럽다 성곽 위에 누워 나비를 상상한다 일찍이 불러보지 못한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미처 보지 못한 시간을 바람 속에 갇혀버린 이야기들을

시를쓰다 2024.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