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79

지속 가능하지 않은 되먹임

지속 가능하지 않은 되먹임 입력 : 2024.02.28 19:57 수정 : 2024.02.28. 20:12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기독교 성경에 나오는 얘기다. 세속의 재산 얘기일 리는 없지만,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진다는 부익부 빈익빈이 떠오른다. 예금액이 많은 사람은 금융소득이 더해져 예금이 점점 늘고, 이자를 내지 못하면 채무자의 채무는 점점 늘어난다. 늘어나면 늘어났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다음에는 더 늘고, 줄어들면 줄어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다음에는 더 주는 현상이 우리 주변에 많다. 양의 되먹임 혹은 늘어나는 되먹임이라 부르는 효과다. 감염병의 확산도 늘어나는 되먹임을 보여준다. 한 사람이..

칼럼읽다 2024.02.29

사적인 이야기는 그만하라고요?

사적인 이야기는 그만하라고요? 입력 : 2024.02.28 20:08 수정 : 2024.02.28. 20:12 임아영 젠더데스크·플랫팀장 “아이 키우는 사적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거예요? 그런 이야기를 왜 봐야 하죠?” 다큐를 만들면서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는 30대 여성은 제작 지원을 받기 위한 면접에 들어갔을 때 이 질문을 여러 번 들었다. “20대 때는 여성 감독이 많았는데, 결혼하고 출산하면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아이 낳고 일을 놓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쉽지 않네요.” 이 여성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사적인 이야기’라는 말을 곱씹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일하면서 계속 고민했던 말이어서였을 것이다. 신생아를 키우던 시절, 온몸으로 우는 아이 앞에서 같이 울고 싶어..

칼럼읽다 2024.02.29

공을 차다 보면

공을 차다 보면 주상태 가슴이 뚫리지 않는 날 공을 차다 보면 나도 공처럼 날아가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날 멀리 여행을 떠난다 추운 날이 오면 가슴을 열고 싶어도 열 수가 없고 가끔 날아오는 카톡도 나를 부르지 않고 가두기만 한다 조금 멀리 떠나 있다 보면 그리운 마음 사라질 것 같고 사랑마저 떨쳐버릴 것 같고 삶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공처럼 차이다가 골문에 부딪쳐도 안으로 집어넣는 사람도 있고 밖으로 내지르는 사람도 있다 차라리 내지르는 것이 찢어지는 가슴에 미련을 갖지 않는 것 공을 차지도 못하는 사람이 공을 찰 수 있다면 멀리 같이 날아가고 싶다

시를쓰다 2024.02.29

열두 명만 모여도 세계는 복잡해진다

열두 명만 모여도 세계는 복잡해진다 입력 : 2024.02.25 20:07 수정 : 2024.02.25. 20:16 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헤엄출판사 대표 요즘 즐겨보는 예능에는 열두 명의 출연자가 나온다. 거기엔 평생 친구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을 때까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한마디만 듣고도 나는 그들이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알게 된다. ‘나 이 사람들 잘 모르네.’ 상종하기도 싫었던 이의 말에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고, 미더웠던 자의 말이 실은 텅 비었음을 알아차리고, 딴 데서 만났으면 적이었을 자가 귀여워보여서 당황스러워진다. 화제의 예능 (이하 ‘더 커뮤니티’)를 보는 동안 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열두 명의 출연자는..

칼럼읽다 2024.02.28

우리는 왜 쇼펜하우어를 찾는가

우리는 왜 쇼펜하우어를 찾는가 입력 : 2024.02.26 19:53 수정 : 2024.02.26. 20:01 임석재 한국연구재단 선임연구원 40대를 중심으로 쇼펜하우어 신드롬이 일고 있다. 그는 “삶이 괴롭다면 그냥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평소보다 더 많이 자라”고 말했다. 너무 단조로워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그의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TV 예능 에서 배우 이장우씨는 “먹고사는 데 집중하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욕심이 내려가며 삶이 행복하더라”고 밝혔다. 배우 하정우씨도 저서 에서 “마음이 복잡해지면 일단 나가서 걷는다. 걷고 나면 머리 터지게 고민했던 문제들이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지고 슬슬 잠이 온다”고 썼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최선을 다해 살다가 문득 찾아온 삶의 헛헛..

칼럼읽다 2024.02.28

죽음의 단풍

죽음의 단풍 입력 : 2024.02.27 17:40 수정 : 2024.02.27. 20:02 정유진 논설위원 한반도에 뿌리내린 모든 것이 이 땅의 주인이라면, 한민족보다 먼저 한반도에 터 잡은 소나무야말로 그러하다. 한반도에 인류가 살기 시작한 건 100만년 전이지만, 소나무는 최소 200만년 전부터 이 땅에 살고 있었다. 고조선의 건국과 조선의 멸망, 6·25의 비극을 모두 지켜본 소나무. 한반도 역사와 함께 숨 쉬고 애국가에도 나오는 그 소나무가 지금, 절멸 위기에 놓여 있다. 동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눈에 보이는 모든 산이 단풍 든 것처럼 울긋불긋하다. 한번 걸리면 고사율이 100%인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려 잎이 붉게 타들어가는 ‘죽음의 단풍’이 든 것이다. 2007년과 2017년에 이어 7년 ..

칼럼읽다 2024.02.28

가을을 타다

가을을 타다 주상태 비단 가을이 와서 우울한 것은 아니다 바람부는 날 눈물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잊혀진 계절 속에 사람이 하늘을 그리워하는 시간 골목에선 아픔이 지나가고 만날 수 없는 슬픔에 멍든 가슴은 계절을 품는다 사랑하고픈 날 눈물 훔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지독하게 그녀를 기다리는 시간 정거장에선 이별이 스쳐 가고 잊어야 하는 현실에 아침은 더디 오고 만다 찻잔 속에 여윈 달이 떠오르는 시간 폭풍이 지나가고 내 사랑도 추억이 되고 눈물이 난다고 반드시 그리워하는 건 아니다 가슴 타는 계절이 오면 사랑이 그리운 법이다

시를쓰다 2024.02.28

표절공장 ‘생성형 AI’

표절공장 ‘생성형 AI’ 입력 : 2024.02.21 20:13 수정 : 2024.02.21. 20:16 홍경한 미술평론가 전시기획자 도둑질은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앗는 짓을 말한다. 당연히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사회적으로도 부정되는 행동이다. 그래서 들키지 않도록, 몰래 한다. 그런데 ‘생성형 인공지능’(이하 AI)은 대놓고 한다. 인간 창작자들이 공을 들여 만들어놓은 데이터를 훔쳐 제 것인 양 내놓는 뻔뻔함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합당한 제재가 없거나 있다 해도 턱없이 미약하다.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지만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 기준조차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작자 허락 없이 사람의 정신적 결과물을 수집해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도작(盜作)을 유도함으로써 창작생태계를 파..

칼럼읽다 2024.02.27

가을 사랑

가을 사랑 주상태 아내처럼 사랑이 찾아 왔다 나를 관리하듯 관리하지 않는 듯 오래된 부부처럼 사랑은 팔짱부터 끼기 시작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언제나 해맑았고 주인이 부르는 명령처럼 항상 복종해야만 했다 여름이 지날 때까지는 눈치채지 못했다 가을이 올 거라고 사랑이 올 거라고 재촉한 것도 아닌데 서둘러 오는 것처럼 찾아오고 삶은 길을 잃은 듯 휘청거렸다 바람이 불어도 찾아오지 않던 사랑인데 나의 심장은 삶을 거부하고 있었다 처녀처럼 사랑이 파고든다 주체하지 못할 사랑 가을을 넘기지 못할 정도로 벅찬 사랑 나를 버리며 받아들인다 꿈속으로 숨어든다

시를쓰다 2024.02.27

걱정을 멈추는 법, 이 한 문장이면 됩니다

걱정을 멈추는 법, 이 한 문장이면 됩니다 [서평] 그램 데이비의 24.01.31 08:04l최종 업데이트 24.01.31 08:04l 전윤정(monchou31) 올 초에 건강검진을 받았다. 췌장에서 만들어지는 아밀라아제 수치가 높게 나와, 복부 CT 검사를 했다. 조형제를 맞고 난생처음 CT 기계 안에 누워있으니 별별 생각이 떠올랐다. 췌장암은 늦게 발견된다는데… 만약 암이면 어떡하지… 항암 과정은 힘들겠지… 친정엄마보다 먼저 가는 불효를…. 걱정은 상상의 나래를 펴서 나는 이미 관 속에 누워 있었다. 일주일이 지나 별 이상이 없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동안 걱정으로 마음졸이며 보낸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웠다. 검색창에 '걱정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을 쳐보면, 각종 연구 결과가 나온다. 걱정의 40% 절대..

책이야기 2024.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