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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 접는 마음

한 수 접는 마음 입력 : 2024.02.21 20:18 수정 : 2024.02.21. 20:20 오은 시인 동네 카페, 앞 테이블에 앉은 아빠와 아이가 종이접기에 한창이다. 동영상을 보고 따라 접는 모습에서 신중함과 열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방금 어떻게 한 거야? 다시 앞으로 좀 돌려보면 안 돼?” 손이 느린 아이가 아빠에게 부탁을 한다. “실은 아빠도 제대로 못 봤어. 다시 함께 보자.” 마음 너른 아빠가 아이에게 속삭인다. ‘다시’와 ‘함께’에 힘입어 아이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영상 속 실력자가 종이 접는 모습을 바라본다. 머릿속으로는 종이를 열심히 접고 있는 1분 뒤 자기 모습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어릴 적 빳빳한 종이를 보면 양가감정이 들었다. 그 팽팽함에 경이로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칼럼읽다 2024.02.24

숲속의 피아노, 임윤찬의 피아노

숲속의 피아노, 임윤찬의 피아노 입력 : 2024.02.22 20:14 수정 : 2024.02.22. 20:20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남해안 어느 섬의 꽃산행은 해가 웬만큼 떠올라 저 멀리 누구네 집 엉덩이를 걷어찰 때쯤 나도 비슷하게 산으로 출발하여 서로 모른 척 하루를 보낸 뒤, 저녁 어스름 각자 헤어지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해는 서해에서 씻고 나는 집에서 먼지 묻은 몸을 씻고, 배를 채운 뒤 사진도 정리하다 보면 아주 늦은 밤일 때가 많다. 그럴 때면 텔레비전은 시끄럽고 떠들썩한 건 곶감처럼 다 빼먹은 뒤, 심야방송으로 장중한 선율이 흐르는 클래식 공연실황을 내보내는데 더러 막 연주를 마친 피아니스트가 아주 훤칠한 피아노를 배경으로 인터뷰를 하기도 하였다. 클래식에 관한 한 그냥 막 듣기만 하는 수..

칼럼읽다 2024.02.24

[이유진의 바디올로지] 엉덩이는 늘 기대를 배반한다

[이유진의 바디올로지] 엉덩이는 늘 기대를 배반한다 18 _엉덩이 기자 이유진 수정 2024-02-21 00:21 등록 2024-02-20 18:28 남의 손길이 엉덩이에 닿는 일은 극과 극의 체험을 낳는다. ‘궁디팡팡’은 지친 마음에 힘을 준다. 사랑을 나눌 때의 손길도 마찬가지다. 반면 원치 않는 순간 엉덩이에 닿는 손길은 강렬한 수치심과 분노를 유발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뼈에 붙은 근육과 살덩어리로 이뤄진 엉덩이는 사람이 직립 자세로 서고, 걷고, 앉을 수 있게 한다. 그 기능만큼이나 중요하게 외모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며 사랑과 훈육, 지지와 성원, 그리고 폭력이 깃드는 장소이기도 하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엉덩이는 문화적 아이콘이다. 일본 동화 ‘엉덩이 탐정’ 주인공은 아이큐가 1104에 이르는 ..

칼럼읽다 2024.02.24

찜닭과 칼국수 사이

찜닭과 칼국수 사이 주상태 요즘 우리 딸은 참 말이 많다 전화하면 1분 안에 달려 나오라고 오늘은 찜닭이 당기니까 그것으로 하고 내일은 비싼 것 먹었으니까 칼국수로 하잔다 닭 반 마리가 2인분이니까 조금 허전하다고 길거리 맛탕 먹잖다 식으면 맛없다고 꼬챙이로 입안에 밀어 넣고 한 개 먹으면 정 안 든다고 한 개 더 생각 없는 것처럼 말하면서도 나를 무척 생각하는 듯 저녁 먹을 때마다 보는 탓인지 요즘 우리 딸은 말이 많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묻고 또 묻는다 빵점짜리 아빠 되지 않으려고 눈을 보고 이야기하다가 입만 보고 대답한다 세상이 두렵지는 않지만 가족이라는 생각에 가끔 목이 메인다 언젠가 나도 딸에게 말이 많을 것을 생각하면 갑자기 목젖이 젖어온다 딸이 말이 많은 것처럼 삶이 말이 많아질 것처럼

시를쓰다 202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