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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아니라 사람을 뽑으니까

말이 아니라 사람을 뽑으니까 입력 : 2024.02.13 20:06 수정 : 2024.02.13. 20:07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말의 힘은 이중적이다. 말은 사실과 진실을 전하지만, 가짜와 거짓을 퍼뜨리는 데에도 능숙하다. 그래서 말은 종종 비판의 소리를 듣는다. 처칠의 말이다. “진실이 바지를 입기도 전에 거짓은 이미 세상의 절반을 돌고 있다.” 즉각성, 전체성, 광속성을 추구하는 디지털 문명이 기술적으로 이를 거들기에 더욱 실감나는 말이다. 말의 전쟁인 선거가 시작되었다. 진실이 양말을 신기도 전에 거짓은 이미 온 동네를 몇 바퀴는 돌고 있다. 속도의 경쟁력에서 진실은 거짓을 이길 수 없다. 통상적으로 말의 전쟁이 끝난 뒤에 진실은 거짓을 간혹 이기곤 한다. 하지만 대개는 회복하기 힘든 ..

칼럼읽다 2024.02.14

너를 부른다

너를 부른다 입력 : 2024.01.25 20:06 수정 : 2024.01.25. 20:11 고영 음식문화연구자 “떡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밥 생각이 납니다.” 조선 초량왜관의 근무자, 1719년 조선통신사의 수행자, 그 여정을 함께한 조선 사람 신유한(申維翰·1681~1752)으로부터 ‘일본에서 제일가는 학자’ 소리를 들은 일본인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1668~1755)가 엮은 속 한 구절이다. 그의 왜관 생활이 상당히 반영된 이 책의 표제어 ‘떡 병(餠)’에 잇따른 문장이 보신 대로다. 아무렴, 밥 배 따로 별미 배 따로지. 아, 배불러! 해도 ‘디저트’를 감지한 배 속은 알아서 과자 집어넣을 자리를 내어준다. 그러고 보니 유만공(柳晩恭·1793~1869)은 설날 손님맞이상을 받은 세배꾼의 모습을..

칼럼읽다 2024.02.14

술 한 잔 건네다

술 한 잔 건네다 주상태 목숨 걸고 마시는 것은 아니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새로운 친구 맞이하는 것처럼 사람이 술을 부른다 낙엽이 나무의 생존본능이듯이 사람도 감성본능으로 세월의 흔적을 찾아간다 가을비 맞은 잎새들이 눈부시게 빛나는 시간 가슴 아리게 다가서는 날 귀가 길 외등이 나를 감싸고 모든 것을 가리고 마는 어둠만이 나의 세상인 듯 호탕한 웃음으로 거친 숨소리로 마음껏 삶의 잔해들을 뱉어낸다 누가 그랬던가 술 한 잔 건네는 사이는 인간 사이라고 차 한 잔 건네는 사이는 친구 사이라고 술을 건네는 시간 삶을 건넌다 목숨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시를쓰다 2024.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