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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찰나의 것

삶은 찰나의 것 입력 : 2024.02.14 20:26 수정 : 2024.02.14 20:27고영직 문학평론가 문화적 보릿고개를 맞아 몇편의 영화를 관람했다. 민환기 감독의 다큐영화 (2024)을 보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를 향한 꺾이지 않는 저항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80년 5·18 이후 옥중의 김대중에게 당시 안기부가 미국행을 회유하는 희귀 영상자료 등이 퍽 인상적이었다. 영국 켄 로치 감독의 (2024)를 보며 누군가에게 ‘곁’을 내준다는 일이 생각 외로 힘이 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대, 저항, 용기’를 강조하는 80대 켄 로치 감독의 앵글에서 짙은 허무의 감정 같은 게 느껴지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올리버 허머너스 감독의 (2023)을 관람했다. 1..

칼럼읽다 2024.02.20

입은 작은데 왜 이리 말이 많은가

입은 작은데 왜 이리 말이 많은가 입력 : 2024.02.15 20:23 수정 : 2024.02.15. 20:24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몸은 장독대이다(, 진옥섭). 심장, 간장, 비장, 폐장, 신장, 소장, 대장 등의 장기들이 옹기종기 모인 동네. 무심코 던진 돌멩이 하나에 항아리 쉽게 깨지듯 한마디 말에 얼마나 상처 입는 마음인가. 그러니 저 ‘장’자 돌림의 오장육부를 안고 있는 사람의 몸을 장독대라 표현한 건 참으로 절묘하다. 얼굴은 ‘얼의 굴’이다(다석 유영모). 굴은 좁아서 한 글자씩 겨우 산다. 눈, 코, 귀, 뺨, 턱, 입. 이런저런 꼬리 없이 단정한 한 세계들. 그래서 힘이 더욱 세다. 입을 드나드는 식구들도 마찬가지다. 혀, 이, 밥, 국, 찬, 물, 술, 숨 그리고 말. 식물은 입이 없..

칼럼읽다 2024.02.20

잘 산다는 것에 대하여

잘 산다는 것에 대하여 주상태 나의 잘못은 너무 빨리 일어선 것이다 바람 불 때 빨리 쓰러지고 엎드려 있던 그대로 버티지 못하고 꿈틀거리다 뻗지도 못하면서 일어서기에 몰두한다는 것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어서는 것 바람 불어오는 곳에서 태어나고 바람처럼 사라지는 삶이라면 비바람을 이기는 연습으로 바람으로 버텨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살아야 하는 일에 몰두하다가 살지 못하고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다 산다는 것마저 놓치고 그래도 축복은 바람이 불어서 쓰러지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쓰러질 수 있다는 것 너무 빨리 일어서지도 말며 너무 빨리 쓰러지지도 말아 2012. 10. 14

시를쓰다 202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