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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과 좋은 글

이태준과 좋은 글 입력 : 2024.01.31. 20:22 인아영 문학평론가 고통받지 말라(Don’t suffer). 어느 피아니스트의 마스터클래스에서 들은 말이다. 빠르고 세게 연주할 때 거의 피아노 건반을 부술 만큼 힘이 잔뜩 들어가기 쉽지만, 그러면 연주자가 괴롭기만 할 뿐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없다는 조언이었다. 정확히는 힘을 빼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수영할 때 힘을 빼야 부드럽고 유연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듯, 피아노를 연주할 때도 그래야 풍부하고 질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을 테니까. 그 말을 나는 이렇게 이해했다. 지나치게 괴로워하는 마음이 모든 아름다운 것을 망친다. 하지만 글쓰기가 직업이면서도 모니터 앞에서 지나치게 고통받지 않은 기억이 단 한 번도 없는 나는 동시에 궁금했다. 고통..

책이야기 2024.02.03

맑은 하늘을 보면 현기증이 난다

맑은 하늘을 보면 현기증이 난다 주상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날 맑은 하늘을 보면 현기증이 난다 하늘은 저렇게 맑은데 하늘은 저토록 푸른데 밀려올 비구름이 두려워 하얀 뭉게구름 뒤에 가려진 친구가 생각나 하늘 올려보는 일이 두렵다 나 혼자 하늘을 보는 것 같아 하루종일 허리 구부리며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의 한 달 봉급과 새벽까지 포장마차에서 밤새는 제자의 어머니가 생각나 도대체 하늘이 있기나 한 건지 새벽이 오기나 하는 건지 새벽이면 깨워달라는 고3딸의 목소리가 조금 귀찮아질 때면 차라리 비라도 내리길 바라본다 신세타령도 좋고 세월타령도 좋고 하늘을 바라보는 일 나를 옥죄는 자유도 잊을 수 있기에

시를쓰다 2024.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