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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해탈을 가로막는 그 상상들 [말글살이]

‘~라면’…해탈을 가로막는 그 상상들 [말글살이] 수정 2024-02-15 18:41 등록 2024-02-15 14:30 게티이미지뱅크 망할 놈의 상상.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만이 아니라, 빠듯한 현실에 허덕거리며 사는 사람도 틈만 나면 상상을 한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지금 이 순간에 머물라고 하던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상상은 해탈을 가로막는 마귀. 그 마귀가 낳은 아들은 번민. 우리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얌전히 기억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일어나지 않은 일도 함께 떠올린다. 마치 이미 벌어진 일이 벌어지지 않은 일들까지 모두 데리고 다니는 것 같다.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을 표현하는 언어적 장치가 가정문(조건문)이다. 대표적으로 ‘만약 ~라면’. ..

연재칼럼 2024.02.16

노년의 길목에서

노년의 길목에서 젊은 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조금씩 주저앉아온 삶이라고 해서, 이제 더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말로는 이제는 세상일 좀 잊고 살아야겠다고 공언해보기도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잘 안다. 잠시 눈을 감아볼 수는 있겠지만 남은 생 전부를 눈 감고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이 세상과 타협하며 추하게 늙고 싶지도, 세상이 추하다고 혼자서만 곱게 늙고 싶지도 않다. 수정 2024-02-15 20:40등록 2024-02-15 18:47 김명인 | 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문학평론가 지난 14일 마지막 급여를 수령했고 15일에는 19년 동안 지켜왔던 연구실에 남아 있던 마지막 책들과 책장, 책상과 의자, 그리고 자질구레한 잡동사니 등 연구실 살림들을 모두 치우는..

칼럼읽다 2024.02.16

아프다는 것에 대하여

아프다는 것에 대하여 주상태 손가락 관절이 아리다 손가락 꺾기를 거듭하면서 뼈와 살의 경계를 생각한다 뼈만 남아있는 앙상한 모습과 살의 효용을 고민하다보면 내 몸은 해체된다 산산조각으로 부여잡고 잠에서 깨어난다 내가 아프면 몸이 아픈 것이고 내가 아파하면 마음도 아플 것이다 피가 흐르지 않는 세상에서는 살을 에는 아픔도 느낄 수가 없지만 머리를 흔들다 잠을 설친다 맑은 하늘을 꿈꾸며 기어코 눈을 뜬다 삶이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이 아니라 죽음이 나를 불러낸 것이다 희망의 바람이 분다고 저주의 비가 내린다고 함박눈이 쏟아진다고 먹구름이 몰려온다고 관절이 먼저 알아 차리지만 일어설 기운은 없다 바람이 불지만 달려야 할 때가 있다고 비가 올 것 같지만 달려야 할 때가 있다고 우기고 우기면서 나에게 말한다 깨어나..

시를쓰다 202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