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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연어의 죽음

좀비 연어의 죽음 입력 : 2024.02.07. 19:53 이은희 과학저술가 드넓은 바닷속을 헤엄치며 살아가는 연어들에게는 일생에 한 번 운명의 스위치가 켜진다. 바로 자손의 번식이라는 유전자의 절대 명제에 따라, 알을 품고 태어난 고향 개울을 찾아 회귀하라는 본능의 스위치다. 한 번 켜진 스위치는 절대로 꺼지는 법이 없다. 바다에서 강의 상류에 이르는 머나먼 여정도, 세차게 흐르는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고생길도, 그 길목에서 자신들을 노리고 있을 포식자에 대한 공포까지도 이들의 회귀 본능을 꺾지는 못한다. 이처럼 험난한 귀향길을 헤치고 고향에 도착할 즈음이면, 같이 출발했던 동료들 중 태반은 목숨을 잃었고 간신히 도착한 이들도 상처투성이에 기진맥진한 상태이다. 이들은 마지막 힘을 짜내 강바닥에..

칼럼읽다 2024.02.11

떡국 혹은 그것의 방정식

떡국 혹은 그것의 방정식 입력 : 2024.02.08. 18:26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내 또래의 경상도 특히 부산 친구들 영어 발음이 약간 엉망인 건 억센 사투리 탓이다. 영어보다도 수학 공부할 때 더 자주 사용했던 말, ‘이꼬루’ 혹은 ‘이꼴’도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정확하게 철자를 적으면 equal, 현지식에 가급적 가깝게 발음하면 이퀄. “두 식 또는 두 수가 같음을 나타내는 부호(=)를 이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은 풀이한다. 이 기호는 수학의 방정식에 약방의 감초처럼 꼭 필요했다. 예를 들어, 일차방정식 ‘x+1=4’는 ‘엑스 더하기 일 이꼬루 사’로 읽은 뒤 부리나케 x의 값을 찾아 볼펜을 굴려야 했던 것. 돌이켜 보면 미지수 엑스는 중학생이던 나의 생활에 불쑥 뛰어들었다. 그 이후 무시로 ..

칼럼읽다 2024.02.11

수선을 떨다

수선을 떨다 주상태 수선은 그냥 수선일 뿐이다 결코 아름답지도 결코 노래하지도 결코 미안해하지 않아야 한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수선 떨지만 그것은 애교 가끔 나의 시간을 갉아먹고 있다 소란스러움 속 자유를 구속하는 부산함은 웃음 아닌 절망을 부르지만 아름다운 수선은 꽃을 피우고 이야기를 낳고 차 한잔을 건네고 자전거를 타고 날게 한다 수선 속에서 시를 먹고 친구도 만나고 아몬드 초콜릿 품 안에서 왈츠를 듣는다 바람 차가운 날 갑자기 수선 떠는 것이 아름답지 않음에 목이 메어오고 가슴은 계절 속에 흩어진다

시를쓰다 2024.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