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비우며, 퇴직 단상 입력 : 2024.02.18. 19:50 조현철 신부·서강대 교수 요즘 학교에 있는 내 방을 비우고 있다. 책을 옮기고, 나누고, 치우니 이달 말에 정년퇴직이라는 걸 실감한다. 삶에 작은 매듭 하나가 더해지고, 이제 나도 노년에 들어섰음을 새삼 깨닫는다. 자연스레 뒤를 돌아보고 앞을 내다본다. 돌아보니 강의실 안팎으로 좋은 인연이 많았다. 가톨릭 동아리 학생들, 학내 자치 공간과 대안 문화를 고민했던 생활도서관 ‘단비(일단은 비빌 자리)’와 학교 청소노동자와 연대했던 ‘맑음’에서 만났던 학생들이 떠오른다. ‘민들레 장학금’과 매 학기 따뜻한 차로 학생들과 함께하던 청소노동자들도 생각난다. “(중국의 양명학자) 이탁오는 사제가 아니라 사우 정도가 좋다고 합니다. 친구가 될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