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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의 역사는 과학의 역사

측정의 역사는 과학의 역사 수정 2024-02-21 18:48등록 2024-02-21 18:22 게티이미지뱅크 [똑똑! 한국사회] 이승미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반도체물리학 박사) 개학일이 다가온다. 다음달이면 초중고생의 급식이 다시 시작된다. 학생들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학교 급식 예산을 재원으로 전문가가 설계한 식단에 따라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점심을 먹게 된다. 나처럼 방학 내내 아이들 삼시 세끼를 챙기기가 못내 버거웠던 학부모들은 세금 내는 보람을 새삼 느끼게 될 터이다. 또한 3월은 신입생에게는 새로운 시작인 입학이 있으니, 설렘과 긴장을 함께 경험하는 시기가 되리라. 대학 새내기 자녀를 위해 일반물리학 교과서를 구하려는 지인을 며칠 전 만났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책장 맨 ..

칼럼읽다 2024.03.03

필생의 목표 ‘책방 문 닫지 않겠다’…동네책방과 ‘바이북 바이로컬’

필생의 목표 ‘책방 문 닫지 않겠다’…동네책방과 ‘바이북 바이로컬’ [서울 말고] 수정 2024-02-25 19:07등록 2024-02-25 14:15 ‘바이북 바이로컬’ 캠페인. 책방넷 제공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128개 작은 책방들의 연합 조직인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총회에 다녀왔다. 1박2일 워크숍을 겸해 남쪽 도시 진주에 40여명 책방지기들이 조촐한 규모로 모였다. 비록 모인 숫자는 적었지만 쏟아놓은 이야기만큼은 하룻밤이 부족할 정도로 책방 동네의 한 해는 다사다난하고 웃음도 눈물도 켜켜이 쌓여 있다. 이틀 내 나눈 이야기들을 센스 넘치는 한 책방지기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베스트셀러의 패러디를 빌려와 반전이 있는 단문으로 요약 발표해주었다. ‘책방 3년차 ..

책이야기 2024.03.03

[김은형의 너도 늙는다] 중년 맞이 MBTI 개조 프로젝트

[김은형의 너도 늙는다] 중년 맞이 MBTI 개조 프로젝트 수정 2024-02-28 18:59 등록 2024-02-28 18:18 김은형 | 문화부 선임기자 “올해부터 이에스티제이(ESTJ)로 살겠어!” 설을 앞두고 친구가 선언했다. 나이 오십 넘어 엠비티아이에 연연하는 네 인생은 좀 바꿀 생각이 없냐고 묻고 싶었으나 때가 때인지라 내 안에 얼마 남지 않은 에프(F: 감정형)를 끌어모아 “ 그래애? 왜애~?”라고 영혼 없는 답변의 끝을 올렸다. 의외로 영양가 있는 부연설명이 이어졌다. “융이 중년이 되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반대의 삶을 살라고 했거든. 나는 아이엔에프피(INFP)로 오십년 살았으니까 이제 반대로 살아봐야지.” 설득력 있는 논리에 빠져들었다. 친구는 카를 융의 빛과 그림자 이론을 말하는..

칼럼읽다 2024.03.02

동태눈 [말글살이]

동태눈 [말글살이] 수정 2024-02-29 18:42 등록 2024-02-29 14:30 게티이미지뱅크 나는 속설을 잘 믿지 않는다. ‘눈이 크면 겁이 많다’고? 보이는 게 많아 주변 눈치를 살펴야 해서 그렇다나 어쨌다나. 하지만 나는 눈이 단춧구멍보다 작은데도 겁이 겁나게 많다. 나는 속설을 잘 믿는다. ‘눈은 마음의 창’! 눈에 마음이 담기고 드러나니 저런 얘기가 나왔겠지. 그래서 거울 속 내 눈을 본다. 동태눈. 눈동자는 선명하지 않고 흰자위는 탁한데다가 군데군데 실핏줄이 터졌고 회백색 멍울이 박혀 있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이 탁해 동태눈이 되었는가, 동태눈이라 마음도 이리 탁한가 묻는다. 그래도 ‘동태눈’이란 말은 정겹다. 명태를 말리지도 않고 얼린, 동태라니. 그 눈을 닮았다니. 한국..

연재칼럼 2024.03.02

삼일절이 건국절이다

삼일절이 건국절이다 [전범선의 풀무질] 수정 2024-03-01 08:04등록 2024-03-01 07:00 전범선 | 가수·밴드 ‘양반들’ 리더 삼일절이 돌아왔다. 올해로 105주년이다. 나는 삼일절을 사랑한다. 평소에는 애국심이 없지만 삼일절에는 태극기를 흔들고 만세를 외친다. 대한민국 국경일은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총 5일이다. 제헌절은 1948년 7월17일 대한민국 헌법 제정, 광복절은 1945년 8월15일 일제로부터의 해방, 개천절은 기원전 2333년 단군의 고조선 건국, 한글날은 1446년 세종의 한글 반포를 각각 기념한다. 이 중 제헌절은 더는 공휴일이 아니다. 북한도 삼일절, 개천절, 한글날을 기념하지만 광복절만 공휴일이다. 나는 국경일 중 삼일절이 으뜸이라고 본다. ..

칼럼읽다 2024.03.02

합정역, 보름달, 이방인

합정역, 보름달, 이방인 입력 : 2024.02.29. 20:09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물론 소란도 좋지만 단란은 더욱 좋아서 잊은 듯 잊힌 듯, 정든 땅 언덕 같은 파주에서 단출히 지내다가도, 서울에 또 볼일이 생기기는 마련이라 좌석버스를 타고 자유로를 유유히 달려 합정으로 간다. 언젠가 국민MC 유재석씨가 유산슬이란 예명의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면서 히트한 노랫말대로 ‘합치면 정이 되는 합정’이지만 이곳도 여느 곳과 사뭇 다를 바 없는 한 지하철역이다.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을 만큼 항상 한 움큼씩의 사람들이 합치고 흩어지기를 되풀이하는, 해변처럼 쓸쓸한 곳이기도 하다. 나는 고작 30여분 만에 전혀 다른 풍경이 연출되는 것에 잠시 어리둥절하다. 그렇다고 도시물을 모를 리 없지만 벌써 파주의 듬성듬성한..

칼럼읽다 2024.03.02

도예에 빠지다

도예에 빠지다 주상태 이른 아침 고운 햇살 받으며 꿈을 꾼다 바람이 길을 잃고 머문 자리에 오랫동안 잊었던 소꿉장난 떠올리면서 작은 숲을 그릇에 담아본다 판을 밀어 접시를 말아 올리고 흙가래 메워 화병을 이루고 코일로 쌓다가 뭉개 뜨려 쌓아 올리다 펼치다 어느새 꿈은 큰 그릇으로 큰 그릇 위에 꽃, 새, 물고기, 집, 구름 그리고 새겨 넣는 작은 이름들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운 사람들 그릇 만드는 시간 욕심이 더해지고 흙을 만지는 시간 욕심이 사라지고 움직이는 손길 따라 마음도 흘러내린다 바람이 머무는 곳 땀들이 모여 정직한 시간 들이 숲을 이룬다

시를쓰다 2024.03.02

아세요? 달라진 언어가 당신을 버티게 한다는 사실

아세요? 달라진 언어가 당신을 버티게 한다는 사실 [책이 나왔습니다] 언어학자가 건네는 삶의 지침 24.02.29 17:05l최종 업데이트 24.02.29 17:05l 김다연(vvhytion) 편집자인 나는 언어학자 신동일 교수의 사회 비평 에세이 담당 편집을 맡게 되었다. 살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차별과 억압을 내 곁에서 발견할 수 있는 힘, 나아가 딴딴하고 올곧은 나만의 주체적인 삶을 되찾는 힘을 사람들에게 건네기 위해 쓰여진 책이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2주 전쯤, 책이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공들여 매만진 작품은 대부분 그렇지만 집필을 시작하는 시점과 실제 책이 출간되는 시점에 간극이 있다. 하여 편집자로서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책이 나오는 동안 시대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책도 ..

책이야기 2024.03.01

요가하는 마음

요가하는 마음 입력 : 2024.02.29. 20:06 이희경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 대표 난 요가 마니아다. 특별한 장비 없이 요가 매트 한 장과 그것을 깔 작은 공간만 있으면 되는 단출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 갱년기 극복 프로젝트로 댄스 스포츠를 예찬하거나 헬스장에서 체계적인 PT를 받을 것을 권유했을 때도 의연히 요가 중심주의 노선을 고수했다. 그렇다고 요가 생활이 늘 소박했던 것은 아니다. 나는 요가계의 샤넬이라고 불리는 고가의 M사 매트를 휴대용까지 두 개나 가지고 있으며, 여행 중 숙소 베란다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나무자세를 하는 모습을 찍어 주변에 은근히 뻐기기도 한다. 하지만 내 요가 아사나(동작)에는 딱히 계보나 족보가 없다. 요가원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주로 공동체에..

칼럼읽다 2024.03.01

도서관을 위하여

도서관을 위하여 주상태 지도 없이 떠나는 삶이 향기롭지만 방황하는 삶 뒤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여행은 더욱 마음 아리게 만든다 책 읽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그들을 위한 축제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때론 풍성 한대로 때론 허전 한대로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먹는 군고구마처럼 호호 불어가는 온기가 흐르는 꿈의 공간을 상상한다 왁자지껄 조잘조잘 점심시간이면 으레 찾아오는 풍성한 소리 삶의 노래는 장날 맛보는 향기 같다 책을 거스르지 않고 침묵 속에서 바라만 봐도 곁에 있는 책들은 외롭지 않다 위태로운 삶이 아니더라도 휴식을 취할 수 없을지라도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풍경은 아름답다

시를쓰다 2024.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