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춘이라는 시인입력 : 2024.04.25 20:56 수정 : 2024.04.25. 21:00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외출했다 돌아오니 책상에 흰 편지가 놓여 있다. 인정머리 하나 없는 인쇄체의 청구서 따위와는 확 비교되는, 정겨움이 폴폴 나는 시인의 손글씨였다. 봉투를 뜯으니 어느 신문의 서평 스크랩이 나왔다. 내가 식물에 관심이 많은 걸 알고 가끔 이렇게 챙겨주신다. 시인을 처음 소개해준 이가 전해준 남도 여행의 일화. 시끌벅적한 식당에서 조금 일찍 수저를 놓고 시인은 일어나 마당으로 나간다. 이 지역과 연결된 자잘한 화단의 근황부터 종내에는 큰 나뭇잎의 뒷꼭지까지를 요모조모 살핀다. 송아지의 귀를 살피듯 잎사귀의 털을 매만지면서 방금 놓은 숟가락과 잎은 왜 이리 닮았을까. 뭐, 그런 궁리도 하는..